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내 의지이다. 그런데 의지는 순수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루틴만으로 운영될까? 아닌 것 같다. 내 의지에는 감정이 베이스인지도 모르겠다.
우울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의지,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려는 의지, 시대의 물살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내 주위가 클린했으면 하는 바램,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지, 모든 의지들이 기분과 감정을 위해 발동한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나를 사무실로 오게 한 의지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차라리 오빠와 집안 정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지금 순간을 즐기는 것으로 채울 수도 있는데 왜 출근을 했을까.
돈을 벌고 싶어 출근을 했다. 나는 일한만큼 버는 직업이니까. 그럼 돈은 왜 벌어야 할까? 아니, 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일까?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즐긴다는 건 어떤 것일까?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준비하고 먹은 후 산책을 하고, 까페나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운동을 하고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러 간다. 전시나 영화를 보고 유유히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식사를 한 뒤 드라마를 보고 일찍 잔다.
지금 그려지는 여유로운 생활은 이런 루틴이고, 이렇게 아침이 여유로우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 소중한 아침 시간은 일을 해야만 하고, 너무 피로하면 잠을 자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
정리하면, 나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쉬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기 위해 지금 돈을 더 모으고 싶은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지금을 쥐어짜는 게 기분이 좋지가 않아서 문제이다. 하루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은 폴바셋 커피와 산책 그 다음이 없는데, 커피와 산책은 기분업 효과가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
기분. 기분이 뭐길래.
.2. 일의 고리
기분이 안좋아지면 일도 진전이 더디다. 악순환의 고리가 두꺼워지는 것이다. 힘빠지는 기운과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악순환은 피해야만 한다.
내 하루 루틴에는 좋지않은 습관의 악순환 고리가 여러 개 있다. 크기가 작거나 고리가 두껍지 않은 것들이 여기저기 모여 내 24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곤 한다. 귀여운 악마들.
하지만 그런 고리에서도 얻어지는 정보와 깨달음이 있어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들은 고리를 깨고 바꿀 생각이 잘 안든다.
요즘 인스타에서 많이 보이는 말처럼, 기분이 태도를 만들면 안된다는 것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태도보다는 스스로 느끼기에 업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고 느껴 침울해지는게 가장 큰 현실적 문제이다.
토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일이 아닌 데일리저널(걍 일기)을 쓰고 있는 지금이 그 순간이다.
내가 보기에 난 아직도 효율적인 일의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다. 반년전 대리점을 옮길 당시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인데, 결국 대면하게 되었다.
송사무장, 쿵쿵나리쌤, 부자해커, 족장 등등 2년전 경매 수업을 들을 당시 유명했던 분들이 유튜브와 각종 SNS 및 온라인교육플랫폼에 자리를 잡고 더더더욱 유명해지고 있다.
꾸준한 노력과 공부, 긍정적인 행동으로 쌓아 올린 과거들이 지금 그 분들을 진정한 부자의 대열에 넣어준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왜 안되지 그게?
결국 또 어디서 읽고 들은 바를 끄집어내면 새벽같이 일어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본업에 충실하며, 시간관리를 잘 해야한다 뭐 그런 교과서적인 답변을 떠올리게 된다. (결코 7시간 이상 잔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 대체 어떻게..ㅠㅠ)
난 너무 힘들다 그게. 다이어리에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계획해가며 실천해보았고 하루 10시간 업무도 지속해보았다. (지금도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9시간이다 ㅠㅠ) 두통이 생기고 눈이 아프고 기분이 굉장히 우울해졌다. 그리고 결국 다시 나를 풀어 주는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야 기분이 나아지니까. 정신적 요요현상이랄까. 후폭풍은 길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나는 업무 밀착시간을 줄이니 다시 또 조바심이 난다.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내 기분을 나만 만드는 게 아니라 밖에서도 만든다는 걸 알았다. 내 눈에 들어오는 온라인 세계가 내 기분을 이리저리 만들고 주무른다.
나의 일의 고리는 대체 어떻게 찾고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흔들림없이 견고한 내 기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숨을 짓게 된다.
자책은 금물이지만 한숨은 나 몰래도 수없이 나온다.
.3. 무언가를 하자
새로운 무언가를 계획해야 한다. 새롭다 그리고 시작한다는 기분은 그 어떤 것보다도 설레고 원동력도 크다.
어려워서 하기 힘든 것은 유지할 수 없으므로 안된다. 쉽고 내가 강약을 조절할 수도 있고, 성취감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드로잉과 글, 아니면 사진 밖에 없다.. ㅠㅠ 아니 세 가지나 있으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왜 지겹다는 느낌이 들지..ㅠㅠ (그 동안 너무 많이 내 자신에게 언급해와서)
모든 것이 지겹다는 생각은 호르몬이 기분 안좋을때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한달에 한번오는 그 마법의 호르몬이 날 잡고 흔드는 듯.
지금 내가 나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은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매일 찍어서 기록하는 것과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럼 두 가지를 합치면 되는데.
사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풍경 사진과 매일매일의 기록을 합칠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매일 읽는 책에서 기억할 문장을 기록하는 것. 그래 whatever I want
기록.
그림도 사진도 글도 모두 기록이다. 축축 쳐지는 지금을 기록하는 것은 내가 힘을 내서 일어나 다시 열일모드로 기분 좋게 뛰길 바라는 마음이고, 매일을 기록하는 것은 그런 하루들이 모여 미래를 더 내 마음에 들게 만들기를 원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