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본격 시행 일주일 후
나에게 처음 온라인영업을 가르쳐준 옛 상사분은 현재 다른 대리점에서 큰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과도한 호객행위 없이 고객이 원하는 대안을 신속하게 안내하는 프로세스를 잘 배운덕에 나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일을 하고 저축도 하고 비싼 밥도 사먹는다.
금소법(금융소비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9월 25일 이후로 일주일 남짓이 흘렀다.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이 그렇듯이 나와 옛 상사분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영업 프로세스의 재정비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의 일주일을 보내었다.
그 분의 블로그는 공격적인 영업을 추구하는 찌라시성 공간이 아니다. 개인의 발자취와 현재 업무의 트렌드 등을 담는 영업노트 혹은 영업다이어리 느낌의 에세이같은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금소법이 만들어 지기 전, 무려 1년 전에 적은 글을 누군가가 금소법 위반으로 신고를 하였다.
고객불만족이 없는 분인데, 누가 신고했지? 어떤 고객이 위법이라며 신고를 했을까?
글을 찬찬히 다시 봐도, 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알아야 할 기준과 필수확인사항, 상세안내 등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 뿐이다. 다른 상품을 과하게 폄하하거나 특정 상품의 좋은 점만을 늘어놓는 편협한 내용도 아니다.
신고자를 따라가보니 다른 지역의 보험설계사다.
1년전 글이니 상담요청방법이나 연락처 기재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점을 꼬집어 신고한 것. (금소법은 어떤 글이던 간에 상담요청방법이나 연락처가 들어가면 무조건 심의를 받으라고 한다. 한달이 걸리는 심의를..)
아는 사람도 아니요, 고객도 아니요, 피해를 입었다고 외치는 고객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요, 위법에 해당되는 사항을 발견한 것도 아니요, 단지! 심의도 받지 않았으면서 상담요청 연락처가 있는 글을 비공개로 하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신고한 이유를 찾을수가 없다.
어안이 벙벙한 것이 가시기도 전에 더욱 충격적인 사건을 들었다.
유튜브를 얼마 전에 시작한 어떤 설계사분이 영상미와 내용이 모두 좋아서 상담문의가 쏟아졌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은 몇달 내내 회사 전체를 통틀어 실적으로 천하무적이었다.
이 분의 영상 댓글에는 만족도가 넘치는 고객들의 멘트가 참 많았다. 부러웠다. 이 분이 영업 프로세스 강의를 한다면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느라 밤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그런 영상을 누군가가 신고하였다.
신고한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대리점 소속의 설계사.
물론 소속지점은 다르지만, 신고자는 이미 같은 회사 소속이란 것을 알면서도 신고를 강행하였다.
이유는 똑같다. 심의를 받지 않았는데 영상을 올렸다는 것.
나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당사자는 오죽했을까.
원래 금소법 신고의 목적은 고객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접한 신고들은 신고 자체가 목적일 뿐 다른 게 없다.
지나치게 설탕발림만 가득했던 영업방식들을 이 기회에 싹 씻어내고 가입자와 설계사 누구도 피해보지 않게 잘하자는 것이 알맹이.
금소법에 위반되는 사항, 즉 위법행위의 설계사가 밝혀지면 그 사안에 따라서 시정조치가 우선시 될 수도 있고 바로 즉시 엄청난 무게의 벌금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법행위의 유무인데…
피해를 입은 고객이 없고, 위법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같은 업종의 설계사가 신고를 한 것은 마치…
떠오르는 광경이 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반인원수가 많아 선생님의 숙제검사 레이더에서 운좋게 빠진 친구들이 있었다. 극도의 외향성을 가진 꾸러기 친구가 크게 외치곤 했다.
“선생님~ 얘 검사 안받았대요!!”
똑같은 상황에 있는 것 같다.
“저기요~ 얘 심의 안받았대요!!”
신고 당한 옛 상사분의 글과 다른 설계사분의 영상은 금소법 본격 시행 한참 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심의 받지 않고 연락처를 노출한 결과를 협회는 어떻게 볼까? 진심으로 궁금하고, 상식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은 있는데, 설계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없다.
금소법으로 진짜 피해를 입는 쪽은 누구일까. 으르렁 소리가 가득한 투견장 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