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케잌

내 케잌은 내가, 나만!

by 모라의 보험세계
20220216 친구.jpg 잘 지냈지? 별일없지? 건강하지? 친구야.



오랫만에 남자사람친구A를 만났다. 백신미접종자인 나로 인하여, 까페를 가지 못하고 뚝섬유원지 한강변 어느 계단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대학시절 친구A와 친구B, 그리고 나는 자신들의 속이야기를 터놓느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지하철이 끊기는 것도 모르고 맥주를 홀짝이며 밤새 얘기를 하기도 하고,

대학로에서 경복궁까지 인적없이 가로등만 비추는 고요한 거리를 걸어가기도 하였다. 여사친B는 심지어 샌들을 신고 있었지..!

각자 결혼을 하고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게 되었지만, 미국에서 사는 친구B가 올때마다 우리는 꼭 얼굴을 보고 남산을 걸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ㅎㅎ

3년전인가.. 친구B가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A는 이상하게도 연락도 원활하지 않고 만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우리를 더 길게 떨어지게 만들었다.

A를 못보고 떠난다며 아쉬워하던 친구B가 출국한 이후 나도 A를 처음 보았다. B가 한국에 방문했던 3년여 전은 A에게 무척 힘들었던 시기라고 이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신 두드러기로 고생했었고 원인은 불명.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하여 밤하늘 별을 보며 퇴근하고, 상사가 있고 마감이 있고, 해내지 못하면 수모가 있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생각했다. 면역력을 높여도 이런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 잘 안든다.

돈을 버는 행위에는 그만한 숨막힘이 동행하는 것 같다.

한창 아이들 인성과 지성 교육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아빠A와, 웰빙과 웰다이를 고민하는 딩크족인 나는 각자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A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영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에게 자신의 영혼을 조금씩 떼어주고 있다고 하였다.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아니라, 조금씩 떼어서 준다는 의미야?"

"응, 나의 영혼을 떼어내어서 아이에게 준다고 느껴."

영혼은 형체도 무게도 없어서 공기처럼 무한한 것인 줄 알았다. 우주 어쩌고 처럼 무한한.

A는 힘들었던 수년전 문득 인터넷을 보다가, 신경쇠약을 정의하는 어느 신경정신과 관련자의 글을 보고 인생을 보는 시각이 전환되었다고 한다.

신경쇠약의 의학적 정의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말하자면, 마음이나 정신적 체력도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이 여러가지로 빠져나가 고갈되면 힘들어지는 질환이 신경쇠약이라는 것이었다.

'케잌같은 영혼을 조금씩 떼어 아이에게 먹이면서 키우고, 그것을 스스로 잘 보충하여 다시 빚어 넣기도 하고, 보충이 안되어 계속 여기저기에 케잌조각들을 빼앗기면 빈 접시에 포크만 긁을 수 밖에 없겠지. 그 기기긱하는 소리가 신경쇠약이구나.'

돌아가신 친구 어머님이 떠올랐다. 나를 보며 늘 웃어주시고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하시던 밝은 분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다. 스스로.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우울이 있으셨다한다.

시부모, 남편, 형제들, 자식들, 그리고 자식들이 낳은 손자와 손녀들까지 모두 친구 어머님의 체온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쉴 틈이 없었을 것 같다. 모두 어머님의 주변에서 지냈고, 늘 어머님과 연결되어 있었다. 수십년을 지내오며 어머님이 해외여행이나 먼 곳으로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은 적도 없었다. 오로지 가족과 일을 위해 케잌을 모두 소진하시고 그것을 채우기 전에 쉬고 싶으셨던 것 같다.

영혼과 신경쇠약 그리고 우울증. 케잌과 어쩜 이리 연결되는지.

영혼의 케잌은 늘 조각이 어디론가 사라지니 내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영혼도 채우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소중한 건 내 접시의 내 케잌을 잘 먹는 것... 그리고 다시 예쁘고 맛있게 만드는 것..

친구A의 꿈은 여전했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 까페를 차리고 피아노를 치는 것.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친구의 피아노를 들으며 향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우리 부부 영혼의 케잌 중 한 조각임. ㅎㅎ

모라팀장의 SNS와 카톡

https://linktr.ee/moras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화재 경보가 울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