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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Feb 06. 2024

서랍 속 마음샌드

아낀다는 것의 의미

  어느 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후배가 줄 것이 있다고 찾아왔다. 나에게 내민 것은 제주도에서 사온 간식과 기념품이었다. 한달전에 나도 제주도를 다녀왔던 터라 여행 후일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후배의 선물이 담긴 종이가방을 받았다. 사실 제주도에서 사오는 기념품과 선물은 뻔하다. 나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 사오는 감귤초콜릿과 귤향과즐과 같은 흔하디흔한 간식을 샀다. 그런데 후배가 내민 종이가방에 공항에 있는 빵집에서 그것도 시간을 맞춰서 한정된 수량만을 파는 샌드 과자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배, 이건 많이 못 사서 세 개밖에 못 넣었어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꼭 그 전에 드세요.



  내가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사고 싶었던 구매목록 중 하나였는데 도착한날도 출발하는 날에도 판매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지 못해 사지 못했다. 그런 간식이 들어있으니 후배의 간식선물이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후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그 자리에서 1개를 맛보았다. 역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샌드 안쪽에 있는 우도 땅콩과 캬라멜 그리고 버터의 풍미가 한데 어울러져 맛있었다. 두 개를 다 뜯어 한 번에 다 먹을까 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접고 나머지 2개는 내 책상 안쪽 간식서랍에 넣었다. 책상 서랍에 넣어 놓고 내일과 모레 하루에 하나씩 먹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랬다. 맛있는 것은 한 번에 먹지 않았다. 맛있는 것일수록 최대한 천천히 오래 즐기기 위해서 참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맛있는 부위일수록 제일 마지막에 먹었다. 그런데 매번 나와 성향이 반대인 남동생이 제 것을 다 먹고 내 것을 뺏어 먹어서 온전히 내 몫을 즐긴 적이 없다.



  간식선물을 받은 다음날은 일이 바빠서 간식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또 그 다음날은 간식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상 서랍 속 아껴 놓은 비밀 간식은 먹을 수 없게 변해버렸을 때 기억이 났다. 유통기한은 이미 일주일을 넘게 지났다. 나는 먹지 않은 두개의 샌드를 서랍에 넣은 날을 후회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론 후배에게는 미안해 버렸다는 말도 차마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낀다'는 마음은 과자를 뜯지 않는 마음이 아니다. 정성스러운 선물이 빛을 바래기 전에 맛보며 후배의 마음을 한번 더 되새기는 것이다. 행복은 미루는것이 아니다. 서랍속에 넣어두어서도 안된다. 다음번에 후배가 다시 선물을 사온다면 서랍속에 과자를 넣어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상위에서 생각날때마다 한입씩 베어물며 순간의 즐거움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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