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다는 것의 의미
어느 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후배가 줄 것이 있다고 찾아왔다. 나에게 내민 것은 제주도에서 사온 간식과 기념품이었다. 한달전에 나도 제주도를 다녀왔던 터라 여행 후일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후배의 선물이 담긴 종이가방을 받았다. 사실 제주도에서 사오는 기념품과 선물은 뻔하다. 나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 사오는 감귤초콜릿과 귤향과즐과 같은 흔하디흔한 간식을 샀다. 그런데 후배가 내민 종이가방에 공항에 있는 빵집에서 그것도 시간을 맞춰서 한정된 수량만을 파는 샌드 과자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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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건 많이 못 사서 세 개밖에 못 넣었어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꼭 그 전에 드세요.
내가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사고 싶었던 구매목록 중 하나였는데 도착한날도 출발하는 날에도 판매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지 못해 사지 못했다. 그런 간식이 들어있으니 후배의 간식선물이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후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그 자리에서 1개를 맛보았다. 역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샌드 안쪽에 있는 우도 땅콩과 캬라멜 그리고 버터의 풍미가 한데 어울러져 맛있었다. 두 개를 다 뜯어 한 번에 다 먹을까 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접고 나머지 2개는 내 책상 안쪽 간식서랍에 넣었다. 책상 서랍에 넣어 놓고 내일과 모레 하루에 하나씩 먹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랬다. 맛있는 것은 한 번에 먹지 않았다. 맛있는 것일수록 최대한 천천히 오래 즐기기 위해서 참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맛있는 부위일수록 제일 마지막에 먹었다. 그런데 매번 나와 성향이 반대인 남동생이 제 것을 다 먹고 내 것을 뺏어 먹어서 온전히 내 몫을 즐긴 적이 없다.
간식선물을 받은 다음날은 일이 바빠서 간식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또 그 다음날은 간식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상 서랍 속 아껴 놓은 비밀 간식은 먹을 수 없게 변해버렸을 때 기억이 났다. 유통기한은 이미 일주일을 넘게 지났다. 나는 먹지 않은 두개의 샌드를 서랍에 넣은 날을 후회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론 후배에게는 미안해 버렸다는 말도 차마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낀다'는 마음은 과자를 뜯지 않는 마음이 아니다. 정성스러운 선물이 빛을 바래기 전에 맛보며 후배의 마음을 한번 더 되새기는 것이다. 행복은 미루는것이 아니다. 서랍속에 넣어두어서도 안된다. 다음번에 후배가 다시 선물을 사온다면 서랍속에 과자를 넣어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상위에서 생각날때마다 한입씩 베어물며 순간의 즐거움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