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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11. 2023

그때 통화를 꼭 해야만 했을까

나는 꼰대인가

출근길 조용한 지하철 안,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잠을 청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폰을 보는 사람, 때론 서서 멍 때리며 가는 사람.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의 귀엔 이어폰 아님 헤드셋이 끼어져 있다. 본인들만의 소리 안에서 출근 시간을 나름 즐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북적 거리는 만원 지하철 안이지만, 꽉꽉 들어찬 사람들에 비하면 참 조용하고 차분한 지하철 아침 풍경이다.


오늘, 나의 이어폰을 뚫고 들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의 전화 소리였다. 바로 내 옆자리 어떤 젊은 여성분의 전화 통화 목소리였다. 급한 전화인가... 할 수 있다.  조용한 통화라면 그것이 서로 방해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다.

그런데 통화가 길어지더라고. 나의 귀에 들리는 음악이 매끄럽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의 음악 볼륨을 조금 낮추어 가만 들어 보니, 그저 일상적인 수다 떠는 내용인 듯했다. 서로 웃으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물론 아침부터 급하게 전화할 일이 있어서 , 전화 한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 다들 사정이 있기 마련이니...

그런데, 너무 길게 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꼭 지금 이어야만 할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급한 용무가 아닌, 단순한 수다를 떨기 위함이나 누군가의 뒷담화 하는 통화라면, 상대방에게 " 잠시 뒤에 통화 하자 "라고 미룰 순 없었을까.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가 조금 아쉬운 순간이었다.


내가 꼰대인가 싶기도 하고, 조용하고 차분히 출근길에 몸을 싣고 가고자 했던 나의 시간이 조금 방해되는 듯하여 예민하게 들렸나 싶기도 했다.


나는 환승역에서 곧 내렸다.  그녀는 계속 타고 있더라.  그 순간까지 전화를 하면서 말이다.

조용한 지하철 안, 그녀의 목소리만이 울렸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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