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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16. 2023

엄마라고 쓰고 '바쁘다'라고 읽는다.

엄마라고 쓰고 '바쁘다'라고 읽는다


글과 그림의 공통점이 있다면, 스케치하고 색을 채워 나가듯, 글의 소재와 떠오르는 문장을 어딘가 기록해 두고 썼다 지웠다 글을 채워간다. 그리고 내 주변의 일상 이야기나 지인들에게서  소재와 영감을 많이 얻는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이야기, 가장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너도 나도 서로 공감되는 호응을 얻을 때가 많다.

 

엄마,  인생 반 이상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나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딸들의 이야기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 둘을 키워냈던, 정신없이 바삐 보냈던 30대 시절, 그 10년이란 시간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나 자신이 한동안 참 작아 보였던 때가 있었다. (좀 서글펐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육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싶으니, 반려묘 2마리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육묘"를 하기 시작했고, 끝나지 않은 아이들과의 전쟁과 고양이 2마리들의 케어까지, 그리고 회사 다니랴 취미 활동 하랴, 하루에 24시간을 잔잔히 쪼개고 쪼개고 써가며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몇 년을 지내온 나를 되돌아본 적이 있다. 내 눈엔 참 다들 쉽게들 간다는 해외여행도, 특히나 저 멀리 유럽, 프랑스 여행도 나는 언제나 꿈만 꿔가며 부러움만 쌓아 지내고 있었다.

요즘에야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으며 10일 이상씩 휴가를 내고 멀리도 여행을 가더라만, 나는 그때엔 회사 눈치도 봤고, 그렇게 휴가를 내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겨우 3~4일 주말을 껴서 쉬었던 여름휴가여서 저 바다 건너 멀리는 꿈도 꿀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가야 하는 여행이라 월급쟁이 인생,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꿈만 꾸었다. 쉬고 싶었다.


나 홀로, 이렇게 엄마로서 작디 작아진 내가, 언젠가 홀로 여행을 떠나 프랑스 에펠탑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야경을 즐기는 나를 항상 꿈꿨다. 그래서 그렸다. 그림으로라도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다.


육아와 집안일로 난쟁이처럼 작아진 엄마, 어느 날 홀연히 혼자서 여행 가방을 싼다. 집안일과 아이가 걱정도 되긴 하지만 두 눈 질끈 감고 떠난다. 홀로 파리의 에펠탑을 보며 야경을 즐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다시 커져있다. 힘을 내고 다시 엄마로 살아간다.


언젠가, 나는 홀로 떠날 것이다. 에펠탑 보러. 꼭!

사직서를 던지는 그날이 오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것이다. 그리고 뒤도 안 보고 떠나야지...

에펠탑을 한번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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