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한 고등학교의 폐 기숙사 건물 자리에 고급 빌라가 들어선다고 한다. 지나갈 때마다 빈 건물이 스산하기만 했던 곳이었는데, 새롭게 건물이 들어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빌라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마자 공사에 들어가더니, 금세 건물은 허물어졌고 요즘은 땅을 다지기 시작한 듯하다.
햇살 강했던 며칠 전 오후, 우연히 그 공사장 현장 옆을 지나가다 잠시 보니 건물의 남아있는 잔해부터 척박한 흙과 바위들 돌들만이 널려 있는 빈 땅이 되어있었다. 언제 여기에 건물이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풀뿌리 몇 가닥들. 이 퍽퍽하고 먼지만 날리고 바위 돌덩어리만 있는 이곳에 뭐 좋은 게 있다고 저 잡초들은 꾸역꾸역 자라났을까. 게다가 곧 다시 포클레인 중장비들이 들어와 온 땅을 휘저어 다닐 것인데, 곧 저 잡초들의 운명은 그 끝을 다 할 것인데, 하고 많은 땅들과 숲들과 꽃들을 놔두고 왜 이곳에 저리도 꾸역꾸역 피어올랐을까. 잡초의 서글픈 운명인 것인가. 곧 뿌리가 뽑힐 줄 알았다면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겠지. 잡초 너란 생명도 한낱 한시 앞도 알 수 없는 우리와 같구나.
그래도 잡초 너는 이 투박한 땅에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으니 참 기특하다고 칭찬의 말을 건네본다. 다음엔 좀 더 비옥하고 꽃들 풀들 많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란다는 희망의 말도 건네본다.
공사장을 비껴가며 내 안에 자리 잡은 나의 무수한 잡초들을 들여다봤다. 앞으로의 결과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나의 잡초들도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뿌리내리기 위해 아등바등 뻗어나가고 있는 잡초들이 무성히도 많더라.
나의 잡초들아, 그대들은 척박한 돌무더기 땅 보다, 수풀 우거진 비옥하고 햇볕 잘 드는 메마르지 않은 땅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뿌리내려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