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한번 다 같이 보자고 만날 약속을 정하면서,몇 달 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쌓인 서로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본인의 병원행 이야기,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서울 큰 병원을 오고 갔던 이야기, 시어머니 허리 수술로 요즘 정신없다는 이야기 등서로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방을 가득 채웠다.
우리의 인생은 A/S 의 무한 루프
대학시절 지성을 논하고 과제를 논했던 친구들.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나눴던 친구들.
서로의 연애사를 털어놓았던 20대 풋풋했던 친구들.
이제는 희끗한 중년의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나날 속에 우리는 이제 각자 인생의 AS 후기담을 서로 나누고 있는 곳까지 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끝을 마감할 때까지 인생의 A/S 수리를 지속해 나가고 있구나.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딘가 무언가에 고장이 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또는 누군가에 의해 치유되고 치료되는구나.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나를.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땐 나의 아이들을 내가.
내가 노년의 삶을 살게 되면 나의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무한 루프의 A/S 수리 속에 살아가고 지속해 나가는우리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우리의 A/S 는 무상이며무한이다.
이 무상 수리에서 한 가지 욕심이 생긴다면 젊음의 시간도 무한 A/S 가 되길, 불가능한 줄 알지만 시간도 A/S가 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 본다.
다음 주에곧 만날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간의 A/S 수리가 되어 그때 그 시절 우리의 20대 모습으로 잠시라도 되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