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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Jul 04. 2023

사랑할 남은 시간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 아베 피에르 신부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다가 만나게 된, 생각을 깊게 하는 문장을 만났다. 너무 아름다운 문장을 곱씹으면서 나의 사랑할 자유시간은 과연 얼마만큼 남아있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한없이 작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스스로 삶의 시간이 줄어든다고 체감하는 그 순간, 그 시간의 연장을 더없이 바라고 욕심을 내는 이기적인 가벼운 존재란 생각을 해본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생존과 삶에 대한 욕심은 갈수록 더해지는 게 아닐까.

삶에 대한 욕심, 누구나 그렇지만 나 또한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남편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나눴던 대화다.


" ㅇㅇ이가 만약 서울로 학교를 가면, 서울에서 취직하고 사근근한 서울 여자친구 생겨서 장가가면 좋겠네. ㅇㅇ이는 부산 여자친구 생겨도 괜찮고... 아님 국제적으로 외국 며느리도 괜찮을 것 같네"

"그래 ㅇㅇ이 여자 친구 생기면 적당한 나이에 빨리 결혼시켜서 손주 봐야겠네"

" 만약 외국 며느리가 우리 집에 오면 손주 보러 멀리 나가야겠네. 그럼 영어는 잘하겠"

" 손주들 데리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우리가 손주들은 어느 정도는 봐줘야 안 되겠나"

"그래... 그래야지... 요즘 젊은 며느리들 그런 거 원할 거야"


수능도 치지 않은 아직 고3 아들과 아직 중학생 아들의 "며느리감"과 "손주"들 봐줄 생각부터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대화누가 들으면 내일모레 당장 아들 결혼시킬 머리 희끗한 부모 같이 보이지 않겠는가... 참으로 웃기지.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으며, 남편과 나의 무한한 상상력과 욕심은 끝도 없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걸어가 주길,

걷다 보면 뛰어가주길,

말을 한마디씩 하다 보면 글도 읽고 써주길 바라고

글을  읽고 쓰니 학교에서 공부도 잘했으면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랐던 마음이 멋진 청년으로 자라나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데 취직되길 바라고,

어느덧 멋진 가정을 이루는 욕심마저 바라게 되며

그 시간을 마지막 닿는데 까지 함께 하고픈 마음이 점점 커져가게 됨은 당연한 걸까.


그렇겠지... 그럴 거야...


그래서 오늘 책에서 만난  아름다운 문장이 마음에 더 와닿는 하루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시간이 내게 얼마나 더 주어져 있을까. 이런 함께하고픈 마음도 사랑이라면, 그 사랑의 마음이 커져감에, 만약 내가 갑자기 내일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이 모든 걸 함께 하고픈 나의 욕심들이 아까워 나를 내려놓을 수가 있을까 두려움 마저 내 머릿속에 나열된다.


그리고  가족들 뿐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들, 아직 이루고 싶은 꿈들이 가득 찬 나에게, 세상을 사랑할 자유시간이 누구보다도 풍부하고 길게 남아있기를 기도해 본다.


하루하루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현자(賢者) 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며,

이 삶을 이 순간을 오늘을 후회 없이 사랑하자.


오늘 아들 녀석들에게 사랑한다 말해줘야겠다.

엄마의 사랑자유시간을  오래도록 함께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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