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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Jul 29. 2023

고객님은 90세까지 사신답니다.

나의 기대 수명 90.9세


인간의 수명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기론 평균 80세~100세 미만 정도이다. 100세의 수명도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복지정책이나  정기적 건강 검진 등으로  100세 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100세의 수명은 상상할 수 없었던 장수의 나이가 아닌가 싶다.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돌아가는 삶. 나는 언제쯤 돌아가게 될까.


불혹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요즘 부쩍 어딘가 한 두 군데 고장이 나기 시작하고 몸이 삐걱대기도 하며 나도 모르는 신체 구석구석 어딘가에서 정기적으로 기름칠을 해달라고 신호를 자꾸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건강은 자신하는 게 절대 아니라고 하니, 겉으로는 탄탄한 근육질의 멋진 사람도 속엔 어떤 병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얼마 전 매년 정기적으로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 기록지가 도착했다.  매년 받는 건강 검진은 마치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치르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으며, 검사 결과지를 받고 열어보는 그 순간은 성적표를 받아 나의 점수와 전교 등수를 확인하는 그 떨리는 순간의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알기 어려운 여러 의학적 단어와 지표들로 빼곡히 기록이 되어 있는 결과지를 한 장씩 넘기며,  "한글"로 읽히는  이해 범위 내에서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본다. 일단 전체적으로 결과는 크게 나쁘진 않았다.


원래 오래전부터 빈혈이 있었던 터라 빈혈은 기본적으로 항상 별표(*)를 받아왔는데, 올해는 유독 빈혈 수치가 좀 더 낮게 나와서 내과에서 철분제를 처방받아야 했고,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만성 위염은 단골손님이며,  흔히 "물혹"이라고 불리는 작은 혹들이 나의 오장육부에 깨알같이 돋아나 있음은 이미 예상했던 나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소 특이 소견을 하나 더 받았다. 시력이었다. 안 그래도 노안이 왔는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녹내장 의심 소견이 있어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별표가 크게 쳐져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안과 검진에 조금 긴장하며 안과 전문 병원에서 재검을 받았는데, 다행히 큰 걱정할 정도의 치료를 요하는 건 아니고, 앞으로 꾸준히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주기적 정기 검진을 받으라는 진단을 받고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잔고장이 나기 시작했으니, 고쳐야 할 신체 부위가 또 늘어났구나.

이 정도는 어쩜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래도 이런 내 몸의 고장 난 곳에 별표가 여러 개 쳐져 왔음에도 불구하 현재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에 비해 5살이나 어리게 나왔고 , 나의 기대 수명은 90세로 나왔다.  잔고장이 나기 시작한 나의 신체 상태에 비하면 이 얼마나 고무적인 숫자인가100세에 근접한 수명이긴 한데 이렇게 고장 나기 시작한 내 몸이 약 50여 년이란 남은 시간을 잘 버텨줄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고쳐 가면서 90살까지 잘 유지를 해야 하니 얼마만큼 어떻게 잘 고쳐질지가 관건이겠구나.


고장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점검을 하고 기름칠을 했어야 했는데,  젊음을 앞세워 겉모습만 기름칠을 하다 보니 나의 속까지 미처 챙기지 못했음을  스스로 미안해하며 반성을 해본다. 그래서 오늘 눈 영양제와 비타민, 철분 보조제 등을 주문했다. 


예쁜 옷만 사 입고 얼굴에 마스크 팩을 할게 아니고, 나의 위장에, 혈관에, 시신경에 까지도 영양 가득한 선물을 듬뿍 줘야지... 그래야 조금 덜 삐걱대고, 조금 덜 고장 나게, 고장 나더라도 잔고장 정도만 나면서 나의 기대수명 90세까지 누리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보자고!


나의 건강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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