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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Sep 01. 2023

9월의 첫비, 그리고 오후

9월의 첫날부터 비가 추저리도 내린다. 여름의 마지막이자 가을의 첫 발걸음을 딛기에 적당한 비님이 내려와 주는구나.

여름내 텁텁해서 입지 않았던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셔츠도 짧은 반팔이 아닌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옷을 걸쳤다. 이젠 덥지가 않게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를, 온도 변화의 감지를 내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일깨워주고 있고, 아침마다 얼음을 달그락 거리며 마시던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신, 뜨거운 열기가 자글자글 올라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픈 , 9월의 비 내리는 오후다.


요즘 자주 눈이 시리고 아픈 듯하다. 목 뒤 근육도 뻐근하여 원인 모를 뒷골 당김과 두통도 잦은듯하다.


부러 폰을 안 보려 노력하고, 업무 중에도 잠시나마 복도에서 서서 먼 창밖 너머를 바라본다. 비록 창으로는 푸른 초록이 아닌 회색 빌딩 거무튀튀한 사람들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눈에는, 나의 머리는 잠시나마 모니터의 빼곡한 글씨 대신, 움직이는 피조물들을 바라보게 함으로 잠시 쉬는 시간을 주곤 한다.


오늘도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잠시 내 눈에 쉼을 준다.


최근 지인 언니의 고달픈 삶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잠시 창밖을 보며 생각을 한다. 함께 마음 아파하고 고통을 나누고픈 마음만 앞선다. 그런데 섣불리 나설 수가 없다. 감히 동생이 이래라저래라 조언 따윌 해주겠는가. 섣부를 위로는 오히려 더 큰 마음의 아픔으로 되받아질 수 있기에 말을 아끼게 된다. 카톡방에 수없이 날렸던 재미난 이모티콘마저도 감히 누를 수가 없게 된다.

그 어떤 나의 위로의 말이, 그 어떤 나의 행동이 고단한 삶의 짐을 지고 있는 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음을 접어둔다. 이럴 때는 침묵만이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그저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을

먹어본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길 보다,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위로를 받는 사람이길 보다,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기를.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기보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기를.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타인의 말을 가슴 깊이 들어주는 사람이기를.

손 잡아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기를.

차갑고 냉철한 머리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기를.


나는 어떤 사람일까

떨어지는 비를 보며 나에 대한 작은 소망을 던져본다.


묵묵히 침묵 속의 위로가

누군가에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어  목놓아 울어 닦아 줄 수 있기를

9월의 비내림 속에 나의 작은 바람을 녹여본다.

그리고 기도한다.

행복해지기를. 모두 다 행복해지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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