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Feb 29. 2024

아들의  독립

품 안의 자식


작디작은 생명이 열 달 엄마의 뱃속에 품어져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세상 공기 마시려 살갗 찢기는 고통을 뒤로하고 세상 빛을 보게 되고,

울다가 웃다가 자다가 먹다가,

뒤집기도 하고 배밀이하기도 하고 그러다 앉고 걷고 뛰기도 하고,

옹앙 옹알거렸던 첫마디가 엄마 아빠를 부르는 마디의 언어가 되고,

마디마디의 단어들이 한 문장이 되어 요물 조물 뱉어버리기도 하고,

어느새 오동통해진 볼살과 뱃살 위로 팔다리 길어지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아이가 되고,

가나다라마바사 한글을 배우던 초등학생에서,

미적분 수학을 풀어내며 인생의 쓰디쓴 시험들을 치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작디작았던 생명은 20여 년이란 시간의 물결을 타고 어느새 어른이라는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어느새 어른이 된 아들


큰 아들이 멀리 수도권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아들 인생 처음 집을 떠나 혼자 생활을 해야 한다. 정말 말 그대로 '독립'이다.

덩치도 이제 어른이고 법적으로도 20세 성인이 되었으니 부모 곁을 떠나 생활하는 게 당연한 순리라고 이성적으로 생각은 하지만, 아직 내 눈엔 손이 많이 가는 마냥 아이 같은 첫아들이기에 , 짐 싸서 떠나보내놓고 나니 하루하루 매시간이 아직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 엄마 중성세제가 뭐야? "

" 설거지 세제 얼마큼 써야 해?"

" 코인 세탁기 몇 분 돌려야 해?"

"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

" 교통카드가 여기서도 되나?"


아들에게 소소한 연락이 자주 오고 있다. 덩치만 컸지, 저런 질문을 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나 아이 같단 생각이 들고 내가 너무 품에 끼고 키웠나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면서 물리적 거리를 두고 어찌해 줄 수 없는 상황에 마음 한편 짠하기도 하다.


아들에게 있어서 이제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심지어 이런  물컵 설거지하는 거 마저도  이때까지 잘해보지 않은 낯선 경험이 될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 때 같은 동네 비슷한 환경 속에 자라온 친구들과 떨어져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부터, 강의 수강과 동아리 활동 등의 대학 생활도  낯설고 처음 접해보는 문화가 될 것이다


이 되든 밥이 되든, 이미 부모 품을 떠났으니, 하나씩 차근 차근히 체득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엄마의 아들"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독립된 한 인격체 성인으로 , 이 사회 나라에 보탬이 되는 멋진 청년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아들아~~

설거지하다 거품도 덜 씻긴 그릇에 물도 마셔보고

덜 빨린 꾀죄죄한 속옷도 입어보기도 하고

낯선 대학 캠퍼스에서 강의실 찾으며 발로 뛰어보기도 하고

타지방 사투리와 서울 말투의 어색함 속에 대화도 나눠보고

그러면서 또 커가는 거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 차근차근 하나씩

잘 헤쳐나가 보자!


참고로 물컵  설거지 정도는  세제를 콩알만큼 써도 충분하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 내리 뿌리는 봄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