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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08. 2024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아들에게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아들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큰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한 사람의 인생의 시작점에 성인이 될 때까지 약 4번 정도의 졸업식을 경험하게 된다.

그  4번의 졸업식의 백미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졸업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에서의 첫 번째 큰 고개를 넘어가며 새로운 시작점을 찍게 되고,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가며 졸업하는 고등학교 졸업  진정한 "인생의 첫 졸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아들의 졸업식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히 씻고 꾸미고 화장도 하고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가방 속에 넣었다. 행여 눈물이라도 날까 봐 챙기는데, 그런 나를 본 남편이 핀잔을 줬다.


"나 손수건도 챙겼어. 혹시 울까 봐 "

"왜 눈물이 나는데... 좋은 날인데.."

"그런가? 그래도. 우린 다 울었는데"


그랬다.

우린 울었었다. 내 기억엔 울었다.


눈물 많은 여고생들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거나 울었던 감수성 예민했던 소녀들이었기에, 졸업식에서의 눈물 버튼은 멈추지 않았었고 계속 눈물이 흘렀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헤어짐도, 선생님들과의 헤어짐도 모두 슬펐었다. 그때엔  두 번 다시 못 볼 것만 같은 "긴 이별"예감에, 그리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3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쁨과 슬픔과 감동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던 것 같다.

그런 "눈물의 졸업식"이 떠랐기에 손수건을 챙긴 것인데, "아들의 시점"에서 엄마가 청승맞다고 하려나 ,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일이니 그대로 가방에 넣어 갔었다.


졸업식이 있는 강당으로 향했고, 식은 약 한 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다.

눈물이 언제쯤 나려나 이제나 저제나 나의 눈물 버튼은 ON상태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건만 "남자 고등학교"의 졸업식은 나의 "여고시절 "졸업과는 사뭇 달랐고, 감동보다는 쾌활함과 유쾌함이,  그리고 남학생들만의 우렁찬 함성과 박수만이 가득 차니, 나의 눈물 버튼은 어느새 OFF가 되어버렸고 손수건은 가방 밖을 나올 틈이 없이 그렇게 식은 끝나버렸다. 


그래 하긴,  그렇지...

아들도 안 우는데 엄마가 청승맞게 눈물 흘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색달랐던 건  졸업식 노래가 우리가 어릴 때 불렀던 그  노래가 더 이상 아니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이 노래가 우리들의  "졸업식" 디폴트 값이었는데, 대신 015B의 <이젠 안녕> 노래가  그 자리에 있었다.

사회자 선생님께서도 "이 노래는 부모님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같이 크게 불러주세요"라며 은근 부모님의 "나이"를 짐작하게 하는 말로 운을 떼주셨다.


당연히 가사도 정확히 외우는 노래다.

한참 학창 시절 노래방 엔딩곡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노래였고, 누군가와의 "이별"끝에 항상 등장했던 노래였다.  그런데 지금 "엄마"로 참석한 졸업식에서 이 노래가 불려질지 그때 상상이나 했었던가 말이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목청껏 크게 함께 불렀다.

그 시절 누군가와의 헤어짐을 슬퍼하며 불렀던 감정은 접어두고, 가사처럼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과 "서로 가야 할 길 찾아 떠나는" 큰 아들의 멋진 제2의 인생을 손뼉 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힘껏 불러줬다.


성인으로, 새로운 공부의 도전으로 "가야 할 걸음"을 떼어 딛는 큰 아들의 발걸음에 지금처럼 밝게 빛이 나고

멋지고 당당하게 걸음걸음 나아가기를 응원하고 기도해 본다.


아들, 졸업을 축하해.

너의 빛나는 졸업장이 한없이 더 빛이 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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