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나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주고받는 인사말로 꼭 이런 질문과 답이 오고 가는 여름의 한가운데 들어서고 있다. 나 또한 이런 말들을 이미 주고받으며 지내 왔지만, 올해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 가긴 어딜 가... 휴가가 어딨어? 나 고3 엄마야..."
고3 엄마... 그 뭐 큰 대수라고... 무슨 벼슬 마냥 이마에 써붙인 것도아닌데 여행을 왜 못가나,라고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왜? 내가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공부하는데, 엄마인 나는 여행도 못 가랴... 내가 여행을 안 간다 하더라도 아들이 공부를 더 잘하거나 성적이 팍팍 오를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호기롭게 휴가를 떠날 마음도, 준비도 했었다. 그런데 다들 나를 '의아한'눈초리로 보더라고.
"너 큰아들, OO이 고 3 아니야? 근데 여행을 간다고? 참아라... 참아!" 다들 한소리씩 해댄다.
그런가? 그래야 하나?
고 3 엄마가 뭐라고... 고3 엄마는 그럼 아들과 같이 한방에서 공부라도 해야 하는 건가? 학원도 다니랴?
물론 그건 아니지만 '고통분담'이란걸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심"적으로 함께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 통. 분. 담
고3 학생들, 고3 엄마, 수험생 부모.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1년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금 이 뜨거운 여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래, 내가 문제집을 풀고 공부를 대신해주진 못할망정 최소한 여행 갈 생각만큼은 잠시 접어두자. 가장 불안해하며 애쓰고 있는 아들 녀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줄 수 있도록 24시간 대기하고 기다려주는 게 대한민국 고3 엄마의 바른 마음 가짐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새벽마다 매일 기도를 하며 아들의 성장과 좋은 뜻을 펼칠 수 있기를 청하고 있고, 밤늦은 시간 학원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 픽업을 위해 학원 앞에서 깜빡이 켜놓고 기다리는 날도 허다하고, 늦게 공부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우유라도 한잔 더 챙겨주며, 입시 설명회 찾아 듣고, 입시 자료를 꼼꼼히 챙겨보게 되며, 지인들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묻고 들으며,선생님 상담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해본다.
여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런 "강남 사모님 엄마"는 못되더라도 누가 봐도 '고3엄마'같은 느낌은 풍겨야 대한민국 고3 엄마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여행가방은 코로나 시기부터 3~4년 이상 먼지가 뿌옇게 쌓여만 가고 있다.
내년 이맘때 즈음엔 , 그 여행가방의 먼지를 털고, 훌훌 가벼이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