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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06. 2024

e메일의 낭만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손 편지가 미덕이 되고 e메일마저도 낭만적인 도구가 되어 버린 시대가 된듯하다.

업무용 메일 말고 개인 e메일 편지함엔 그마저도 지인들의 안부 편지들 보다는 각종 광고 메일들로 가득 차 있어 시시 때때로  휴지통으로 정리하기가 바쁠 정도다.


지인들의 안부를 더욱더 간단하고 빠르게 물어보는 요즘 우리들.

전화, 문자, 카카오톡, 그리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양한 SNS 매체로 안부를 전하곤 한다.


손 편지가 미덕이 되고 e메일마저도 낭만적이 되어 버린 시대


어릴 적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연애한답시고 남자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다 어디로 갔을까?

세월이 지나고 지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수많았던 편지들.

예전에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끼리도 편지주고받곤 했는데... 옆에 바로 단짝 친구와 붙어 다니면서도 예쁜 편지지를 사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쓴 편지를 주고받아야 진정한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기분이었고, 전화번호를 외우는 게 당연했던 그 시절엔 친한 친구들의 집 주소도 외우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나 아날로그인 그 낭만은 지금은 자주 볼 수가 없다.

손 편지나 카드는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할 정도니.

그것도 누군가의 생일이나 감사인사를 전할 때 간단히 한두 줄 적는 거 외엔 카카오톡 메시지로 주고받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안부를 묻고 있다.

나 또한 그러고 있음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 순리대로 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뭐 엄연히 따지고 본다면, 키보드나 터치 패드도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니, 굳이 손편지라고 한다면 그것도 손편지라 애써 그렇다 쳐본다.


꼬불 꼬불 지렁이 글씨체도 선택할 수 있는 폰트 모양도 다양하고 가끔 이모티콘도 넣을 수 있고, 사진이나 그림도 첨부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조금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메일의 형태를 하고 있으니 , 이 또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발전한 "편지"의 형식이라 할 수 있겠구나.


받은 편지함 +1


최근, 멀리 계신 분에게 안부차 e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시차도 맞지 않고, 방정스럽게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안부 전하기가 죄송스러워 그전에 받아뒀던 메일 주소로 안부 메일을 보냈었다.  시차와 하는 업무가 다르다 보니 답장은 하루 뒤에 받게 되었다.

받은 편지함에 알람이 떠서 열어보니 , 참 뭔가 색달랐다고나 할까?


- 안녕하셨습니까?  잘 지내고 계신지요?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안부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차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습니 다. 한국이 많이 춥다던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화나 카카오톡의 "구어체" 대화에서 벗어나, 편지의 형식에 따른 "문어체" 안부 편지에

그 예전 친구들과 나누었던 손 편지에 버금가는 훈훈함과 낭만 묻어 나왔다고나 할까?

답신에 또 다른 답신을 달면서 안부 메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광고 속에 묻혀있 나의 메일함 지인의 안부 메일 하나로 인해  유독 반짝 거리며 돋보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가끔은 메일함을 열어 단순한 안부글 한 줄이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편지를 적어보는 'e메일의 추억'을 저장하도록 해야겠다.

"P.S 추신"도 꼭 달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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