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근처 작은 도시에 사는 둘째 시누이가 몇 달 전에 우리 동네에 있는 백화점에 볼일이 있어 왔었다.
우리 동네 OOO 백화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로 크고 고급화되어 있는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나는 바로 집 앞,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그냥 그런 백화점 느낌보다는 동네 마트 다니는 기분으로 자주 오고 가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 명품을 휘두르는 그런 부잣집 사모님은 아니고, 그저 집 앞 인프라가 갖추어 있으니 이용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시누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엔 그런 큰 백화점이 없으니, 나름 "대도시"의 큰 백화점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쇼핑과 볼일을 끝내고 시누이가 하는 말이 "언니,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요"라고 하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런 큰 백화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정말 TV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회장님 댁 사모님 정도쯤 될 거라 생각했다는데 옷차림이나 행색 등이 거의 본인과 비슷하고 주변 지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더라면서, "언니~ 언니 동네나 우리 동네나 똑같더라고요 "라고 웃으며 통화를 했다.
"아이고, 그럼요 아가씨! 사람 사는 동네 다 똑같죠~ 쇼핑 잘하고 조심히 가셔요"라고 서로의 인사로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진짜 그랬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옷은 직접 옷가게에 가서 사야 했고, 백화점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서울이나 대도시 사람들은 "세련되고 도시화된" 이미지로 그려졌었고, 작은 소도시나 시골 사람들은 옷차림새로만으로 " 촌스럽다" 란 표현으로 언급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온라인 쇼핑도 누구나 할 수 있고, 세계 어느 곳 해외에서도 배송을 해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서울에 사는 김개똥 씨와 제주도에 사는 박길동 씨의 옷이 동일하고,미국 뉴욕에 사는 피터 씨와 대한민국 부산에 사는 최먹돌씨도 같은 가방을 들고 같은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
어디든 누구나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삶이 보편화되고 있다.
서로 공유하는 삶
며칠 전 보름달이 뜬 저녁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고 저녁 산책을 하러 집 근처 공원을 거닐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편 사람들이 제각각 폰을 들고 하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의 같은 각도로 같은 사물을 찍는 듯했다. 하늘을 봤다. 그날따라 맑은 밤하늘에 오렌지빛 보름달이 덩그러니 너무 환하고 이쁘게 떠있었다.
유독 올해 흐리고 비가 많았던 봄날의 끝으로 저렇게 휘둥그레한 맑은 달을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 너도 나도 폰을 들어 그 순간을 저장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심히 지나가던 사람도 그런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보고 하늘을 한번 더 보게 되었으며 나 또한 그날이 보름달이었던걸 그 사람들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너도 나도 그 순간을, 각자의 폰에 저장하고 있다.
곧 그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각종 SNS에 다시 공유될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 같은 하늘 아래, 심지어 전 세계 지금 이 저녁달을 보는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나 다 이 사진이 보이게 될 것이다.
너도 나도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고,
너도 나도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
삶이 보편화되며, 그 서로의 삶이 서로서로에게 공유되고 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도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봐도 하나 이상 하지 않고,
SNS 검색을 하다가 내가 다녀갔던 곳을 또 다른 사람들이 다녀간 사진을 봐도 하나 이상하지 않고,
내가 어제 먹었던 음식을 오늘 또 다른 누군가 같이 먹고 있다.
시, 공간을 공유하며 느낌과 생각도 서로 오고 가고 있다.
내가 봤던 하늘, 내가 봤던 달, 그리그 그 순간 들었던 나의 생각과 느낌들.이 글을 보는 브런치 구독자님들과도 공유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