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새벽 공기가 달라졌다.
바람이 차다는 표현은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끈적하고 텁텁했던 지난 7월 8월의 새벽과는 또 다른 바람결이다. 세계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소소한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9월의 새벽이다.
몸도 마음도 더위에 지친 여름이었다.
무엇을 했는지 손꼽아 돌이켜 보니 폰에 저장되어 있는 수십 장의 사진들이 한꺼번에 종잇장 찢어지듯 날아가버린다.
9월, 새로운 페이지의 달력을 넘기니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새장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며 이 9월의 달력에도 칸칸이 일들이 생기고 채워지겠지...
그래도 9월의 허리에 빨간색 쉬는 날이 연이여 4일이나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그분께서는 마냥 바삐 살아가게는 않게 하시는구나, 마냥 힘들어 쓰러지게 하지는 않게 하시는구나 생각해 본다.
엄마가 올여름 동안 몸이 많이 안 좋아져 큰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연로하신 모친의 병원 "투어"의 몫이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막내딸인 나의 몫으로
떨어지니, 처음 가졌던 효도와 좋은 마음도 점점 퇴색되어 그 마음이 쪼그라들어 짜증이 비집어 들어오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 또 다른 "견딤"을 주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핑계 같지만, 그래서인지 요즘은 기도도 잘 안되고, 묵주를 굴리고는 있지만 복잡한 현실 앞에 처해진 일들로 분주한 생각만이 왔다 갔다 하곤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기도하지 말자란 마음에 묵주를 놓기를 여러 번이다. 매일 같이 가던 새벽미사도 자주 빠지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당연한 인간 된 마음이겠지, 저 높은 곳에 계신 그분께서는 이런 나 또한 이해해 주시고 분주한 기도도 들어주시리라 믿어본다.
어느덧 추석이구나.
추석이 오고 있는 날들의 햇살에는 확실히 가을의 따가움이 깃들어져 있다.
더운 기운도 있지만 까슬한 느낌이 확실히 느껴진다.
엊그제 주문한 햇사과가 배달되어 왔다. 아삭하고 참으로 달다.
사과 한입에 들어오는 달디 단 과즙으로 기분마저 좋아진다.
사과 두 입 베어 물며 , 나의 시간에도, 나의 지침에도 이렇게 가끔은 쉼이 주어지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