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무서워
한 달 가까이 지속되었던 원인 모를 두통이 이제 거의 사라져 가는 듯하다.
지난 크리스마스 되기 며칠 전부터 갑작스레 뒷목이 뻐근하면서 오른쪽 편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눈 옆 관자놀이부터 목 뒷덜미까지 뜨끈하면서도 뻐근한 통증이 거의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일반적으로 이제껏 내가 경험해 온 두통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고, 타이레놀 등의 약으로는 전혀 듣지 않은 그런 아픔이었다.
그런 두통이 며칠간 지속되었다.
특히 새벽이나 아침이면 그 뻐근함에 목을 돌리지도 못할 만큼 아팠었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런 아픔조차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무턱대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관망보다는
"이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라는 자조 섞인 걱정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아프니까 무서웠고
무서우니 눈물부터 나더라.
혹시 모를 두려움에 신경외과 병원 대신 지인의 한의원에 가서 약침을 두 번 정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선 어깨 근육 뭉침, 평상시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한 목 결림으로 인한 두통이라 판단하시고
바른 자세, 어깨 근육 마사지, 스트레칭을 자주 하라고 권해주셨다.
잠시 호전되는가 싶었지만, 두방의 약침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지속되는 통증에,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란 마음으로 그냥 하루하루 넘기고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마사지도 했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편안함은 오지 않았었다.
그러다 일주일, 이주일, 시간이 지나,
며칠 전부터 그렇게 신경 쓰였던 두통과 뒷목 뻐근함이 잘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부러 인지를 해야 미미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랄까.
이 정도의 미미한 감각은 한참 아플 때보다는 귀엽게 넘길만한 통증이다.
마치 나에게서 완전히 떠나기 싫어 옆에서 그냥 보채고 있는 아기 같다.
마음에도 두통이 왔던 걸까
개운치만은 않았지만, 완전히 나았을까?
아님, 어쩜 무뎌진 걸까?
느끼지 못할 만큼만.
아님, 어쩜 익숙해진 걸까?
아픔도 참아낼 만큼.
그런 걸까.
두통이 올 때 그즈음에 마음이 함께 아팠었던 일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절절했었던지,
무엇이 그리도 나를 무겁게 짓눌렸던지,
무엇을 그리도 내려놓지 못하고 움켜쥐고 싶었고
짊어지고 있었던지,
나의 마음에도 두통이 똑같이 왔었었다.
아팠었다. 많이.
혼자서 속으로 삭이고 울고 또 울었었다.
내려놓자고, 붙잡지 말자고
애써 아닌 척 감정들을 머리에 욱여넣었다.
그런 통증의 시간이 흘러, 똑같이 지금은 별 감정이 없이 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 또한 익숙해지고 무뎌졌나 보다.
보채고 있는 아기처럼 아직은 그래도 매일같이 손 벌리고 입 벌리고는 있지만
그때 마음의 두통으로 아팠던 감정보다는 조금 편안한 나를 보게 된다. 본디 그랬던 것처럼...
무뎌지도록 참아진 시간만큼 편안히 내려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이 다가온다.
원인 모를 아픔들,
비릿한 진동의 통증 속에 견디고 움켜쥐던 짐들을 내려놓고 보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 너와 나를 보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잔존하는 잔잔한 감정 속에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교감하는,
이것이 비로소 사랑인가 싶다.
그 아픔을 내리 견디며 시간을 함께 하는
두통, 사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