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먼지이고 싶다, 가끔은
난 세상 구경하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가보지 못하고 갈 수 없는 곳을 누군가 대신 다녀온 사진과 글을 읽을 때면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사진 한 장 한 장의 한편으로 나를 보낸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보리라는 희망을 마음 한 구석에 새겨둔다.
그래서 먼지이고 싶다. 가끔은.
김광석 님의 <먼지가 되어>의 노래 가사처럼.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어릴 때 만화를 보면서 투명인간이 되는 상상도 해보고
SF 영화를 보면서 시간 여행, 순간이동에 대한 상상을 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듯하다.
어른이 된 지금은 노래 가삿말처럼 먼지가 된 상상을 해본다.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고 싶을 때, 가끔 말이다.
우리는 흙에서 왔으니 먼지 같은 흙으로 돌아갈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우린 이미 먼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최근 연속으로 < 독일에 간 김에 순례 > , < 우리들의 크로아티아 여행> 란 여행 책을 읽으면서
동유럽에 대한 여행을 꿈꿔본다.
책 속의 지도를 보며 세상 참 넓고, 이 세상에 보고 체험할 것이 아직도 너무 많다란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갈 곳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막연히 상상만 했던 나라와 도시의 크기를 보면서
정말이지 우리 인간은 한낱 나약한 먼지 한 점도 되지 않겠구나라는 겸손에까지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창조주는 그래서 우리를 흙으로 빚어 만든 것일까?
한없이 큰 세상에 겸손히 살아가라고...
여행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나를 먼지로 만들어 그곳으로 날려 보내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가고픈 곳을 다 가볼 수 없기에 말이다.
아무도 모르게.
보고 싶은 세상 구경도 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 있는 먼지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