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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23. 2023

더디지만  꾸준히

창작의 고통을 즐기는 자

더딤이 꾸준함을 이기진 못하리라.


하루 만보 걷기를 하고자 결심하고 노력한 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어느덧 해가 바뀌어 가고 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이런 음식 저런 음식,

이런 날씨 저런 날씨,

갖은 이유로 게으름 피웠던 날도 많았고,

"걷기" 운동에 대한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어 보이고,

걷기가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으려나 의구심이 늘어가는 날들이다.  


불혹에 들어서야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어느 날,

상가 건물에 걸린 그림 취미반 모집의 현수막을 보고,

심장이 뛰는 일을 찾았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더디 늘어가는 드로잉 실력에 마주하는 나의 결과물을 볼 때마다

내가 과연 그림에 소질이 있는가 하는 얕은 좌절감도 생기고,

썩 만족스럽지 못한 그림들을 볼 때면

그 뛰던 심장을 되돌려 다른 쪽에 뛰게 만들고도 싶어지기도 한다.


젊은이들 감성을 따라 하고픈 마음에

SNS에 무언가 매일 사진도 올리고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좋아요" 개수를 받기 위해 무언가 재밌는 이야기도 해야 할 거 같지만,

반복되는 재미없는 일상은 "구독자"에 대한 미안함과 "하트"의 민망함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 할까 하는 고민을 삼키고 있기도 하다.


2년 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한 번만에 덜컥 되어 버린 후,

손발이 오그라 드는 나의 글들이 과연 세상 밖에 나가도 되려나 하는 두려움과

수많은 수백의 작가님들의 글들을 보고 읽을 때마다 무한히 작아지는 내 모습에,

과연 '작가'라는 명함을 감히 꺼내지도 못하겠구나 하는 떨어지는 자신감에

적어 둔 글들을 서랍 속에만 저장해 놓다가,

최근 무언가에 또 이끌려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장했던 글들을 다듬는

'창작의 고통'을 즐기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요즘이다.



시작은 빛처럼 빨랐다.

그런데 가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더디고, 가끔은 버겁다.

더디어 속도가 나가지 않지만 멈추기엔 너무 많이 온 듯 하다.


계속 걷거나,

계속 그리거나,

계속 쓰거나,

무언가 계속,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 내가 선택한 길들.


더디 가더라도,

더디 만들어지더라도,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더딤에도 속도

붙으리라.

더딤이 꾸준함을 이기지는 못하리라 믿어보며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걸어본다.


더디한 속도를 마주 하더라도 멈추지 말자고 다짐을 다시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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