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가 아닌 차애의 선택

차라리 빵의 선택은 쉬운 터

by 라라

오랜만에 출근길에 들린 회사 앞 빵집.

그런데 나의 최애(最愛) 빵인 노란색 슈크림빵이 없다.

아직 굽지 않았다고 한다.

한참을 서있었다.

뭘 먹어야 하나.

아침 장사 집에 들어와서 빈손으로 나가기도 멋쩍은 일이라,

제일 만만하고 아는 맛인 소보루빵을 사들고 왔다.

아침 공복과 무의식이 나의 "차애 (次愛)"를 소보루빵이라고 각인시켜 준 순간이었다.


선택의 길들.

최애가 아니라면 차애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

차라리 빵의 선택은 쉬운 터.

매 순간.

내가 뱉어야 하는 말의 선택,

내가 움직여야 하는 신체 마디마디의 선택들,

그 선택들이 최애가 아닌, 차애를 선택하더라도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다 만족하는 길이기를...


오늘도 수십 번의 문자를 썼다 지웠다 했다.


어제 저녁 한참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큰 아들 녀석과 또 다른 설전을 벌였다.

지금 그 시기에 누구나 고민하고 애쓰는 시기임을 나는 안다.


공부와 적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대학을 왜 가야 하며, 왜 이런 과목을 공부해야 하며,

도대체 대한민국에선 대학을 못 가면 끝이 나는가 등에 대한,

무작위로 내뱉어지고 튀어나오는 수많은 질문과 단어들 틈에서 나는 엄마로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고 버티며

달래고 위로하며 때론 나도 뱉어지고 튀어졌다.


그렇게 강렬했던 설전의 밤은 다시 고요하게 지나갔다.

그 고요한 밤을 지나고 나면,

내뱉었던 가시같이 뾰족했던 나의 말들에 끝없이 후회가 밀려오고,

어떤 말로 다시 찬찬히 말해줄까 하고 ,

아침에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문자를 입력하는 나의 손마디 끝의 순간까지 ,

머릿속은 단어들의 선택으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뱉고 싶은 그 순간에 나는 최대한 최애가 아닌 차애의 단어들로 골라 적었다.

최애의 단어들로 송곳 찌르듯 찔러도 되련만,

나는 차애의 단어들을 선택해 조금 뭉툭하게 다듬어 적었다.


속은 덜 후련했지만,

너도 나도 만족스러운 ,

어쩜 좀 덜 아팠기를 바라보며...


최애가 아니더라도, 차애를 선택해도

그 나름의 만족이 있는 법.


나의 최애 슈크림빵 대신 선택한

조금 퍽퍽한 소보루 빵에게서

나는 부드러운 달콤함 대신,

고소함을 얻지 않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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