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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Apr 01. 2023

가는 말은 곱디 고왔는데

오는 말은 안 곱더라

가는 말은 곱디 고왔는데 오는 말은 안 곱더라


벚꽃이 한창인 이 봄, 꽃놀이를 즐기는 상춘객들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 군중들 사이에 나도 한껏 즐기고파 지인들과 함께 풀빌라 펜션을 예약하고 남해로 여행을 떠났었다.


중년이 된 이 나이에 , 게다가 아직 추운 초봄인데 무슨 풀빌라냐고...

왜 내 나이가 어때서. 왜 이 날씨가 어때서.

물은 온수물을 틀어준다 했고, 풀빌라 단독채여서

그 누구도 우리를 보는 사람도 없으며, 우리도 MZ의 젊은이들 못지않게 아직 놀 수 있음을 과시하고픈 마음도 있기에

즐거이 즐기러 떠났다.


해안선이 나지막한 남해는 곳곳이 다 절경이었고

봄꽃이 흐드러진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중간에 내려 사진도 찍고 둘러보기도 하며

이래 저래  웃고 즐기 보니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에 펜션에 도착을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부터 채워야 물놀이를 하지.


그래서 짐을 먼저 풀고 근처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이미 해는 저물어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풀에 발을 담가봤는데

물은 미적지근하게 식어있는 듯했다.

미온수 값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지금 이 초봄 저녁에 물에 들어갈 온도는 아닌 물이었다.


그래서 주인 사장님께 전화를 했고

온수를 더 틀어달라 했지만

규정상 저녁 8시까지만 틀어준다는 거다.


응? 이거 무슨 소리?

그런 얘기는 첨 듣는 소린데...


사장님께  우리가 저녁 늦게 도착을 했고

저녁 먹고 제 물놀이할 건데 좀 더 온수를 틀어달라고

차분히 설명을 했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런데 같은 답변으로 온수는 8시까지만 틀어준다는 것이다.  수영장 벽면 귀퉁이에 작은 안내표지에 수영장은 저녁 8시까지 이용하란 글이 적혀 있었다.


아니 풀 빌라 단독채 수영장을 저녁 8시까지만 사용하란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 말이다.

여긴 일반 대중 워터파크도 아니고 개인 단독으로 쓸 수 있는 곳인데 밤새 수영을 하든 새벽에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풀빌라에 오는 이유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규정인 듯했다.


전화를 두 번째 다시 했다.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다고

 8시까지인지 몰랐다고, 예약할 때나 미온수 예약할 때

 설명하지 않으시지 않았냐고 되물으니

사장님은  체크인할 때 얘기했었단다.

지금 물 온도가 가장 적당하니 지금 하라고.


아니 수영장 이용하고 말고는  숙박하는 이용자 내가 정하는 거지 주인장 사장님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인가 이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지금 물 온도가 31도라면서

31도면 충분하단 거다.


31도가 충분한 온도란 건 어디의 사이언스란 말인가!


이래저래 주인 사장님과 실랑이 끝에

결국 사장님은 온수를  지못해 틀어주셨다.

그리고 전화의 마지막 까지도 "31도면 충분한 온도란 것만

아세요!!" 라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참 기분이 별로였다.

이왕 해 줄 거면 첨부터 해주지.

두 번 세 번 전화하게 하지 말고 그냥 처음 잔소리만

하고 해 주시지.

뱃살 나온 중년의 아줌마들이 좀 놀고 싶다는데

기분 좀 맞춰주시지.


즐겁고 아름다윘던 낮에 기억에

마지막 온수물로 실랑이했던 통화로 인해

연분홍빛 향긋한 추억에 까만 점 하나 색칠된 기분이었다.


가는 말 곱디 고왔었는데

오는 말은 참 안 곱더라.


그래도

우리는 다시 즐거이 즐겼다.


사장님 앞으로 다른 고객들에겐 그러지 마세요!!

즐겁게 머물다 가는 아름다운 기억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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