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지붕 수리 하실 때가 된 거 같아요
아침마다 감고 말리고 하는 이 머리카락은
세월의 가속도에 정비례하며 자라는 그 속도가 무섭게도 빠르다.
요 며칠 거울을 보니 머리끝이 치렁치렁 지저분해 보이고
몇 달 전에 파마를 했는지도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파마가 다 풀려 이건 생머리도 아닌 것이 파마머리도 아닌 것이, 어디 파뿌리 서너 단 묶어 머리끝에 붙여놓은 모습이다.
게다가 세월의 야속함이란 나의 머리 정수리에까지
그 야속함이 뻗어가 옹기종기 도란도란 서로 수북이
지내오던 소중한 머리카락들이 하나둘 내 집 떠나가듯
떠나가고 그 빈자리는 점점 더 휑하니 썰렁해지고 있는 것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울 때마다 그 서글픔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만 떠나 다오~나의 머리카락들아)
그래서일까 , 우리네 지붕은 주기적으로 수리를
해줘야 단정하고 정돈되어 보인다.
참고 참다가 드디어 몇 달 만에 미용실에 들렀다.
머리카락을 자를지 기를지 파마를 할지 말지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TV 예능프로에
나온 김희애 배우님 머리가 참 단정하고 우아해 보이며
귀품도 있어 보이고 세련되고 예뻐 보였다.
(결과적으로 미리 말하자면, 김희애 님의
얼굴 정도 되어야 한다는 것...)
미용실에 가서 아주 당당하게 김희애 님 사진을 들이 내밀었다.
"선생님, 저 이 머리로 해주세요. 김희애 님처럼 똑같이요"
"네~고객님.. 아... 이 머리는... 볼륨 매직 해서 어쩌고 저저고 이러쿵저러쿵 블라 블라 하면 돼요"
"... 네... 그렇게 해주세요"
디자이너 선생님의 긴 설명은 귀에 잘 들리지 않았고
그저 김희애 배우님의 머리처럼 변신될 나의
지붕만 상상하며 눈을 감고 기다렸다.
약을 바르고 감고 바르고 감고 돌리고 말리고 굽고 펴고...
두어 시간 지났을까...
"고객님... 다 되었습니다"
눈을 뜨고 나를 본다.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 란 프로그램처럼
배경음악이 깔리고, 저 무대뒤 커튼을 걷어 누군가
깜짝 놀라 나타나는 얼굴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랄까...
나도 내 머리에 잠시 놀란다.
내가 놀란 건, 머리가 안 예쁘다기보다 상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에 놀란 것이었다.
김희애 님... 은 어디로 가셨을까...
TV속에 나왔던 그 배우님의 세련된 머리는 어찌한 것일까.
맘에 안 드는 건 아니다.
머리가 차분해 보이고 단정은 해 보인다.
그런데 그 김희애 님의 느낌은 아니더라고.
그래도 미용실을 나오며 "맘에 들어하는" 눈웃음으로
인사하고 나왔다.
셀카 사진을 찍어본다.
그리고 김희애 님 사진을 한번 더 본다.
같을 수가 없다. 같을 수가 없네.
그래... 이 정도도 최선이었겠구나.
나를 그래도 김희애 님과 견주어 비슷하게라도
애써 만들어주신 디자이너 선생님께 감사해야 하는구나.
좀 어색했지만 기분 전환은 확실히 되었다.
당분간 조금은 찰랑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몇 달 만에 한 나의 지붕 수리는 오늘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번 수리할 땐, 굳이 연예인 사진을 내밀지 말자.
그냥 내 얼굴에 알맞은 걸로, 늘 하던 머리로 해 달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