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계좌를 개설하고 4년이 지나서야 연금저축계좌의 존재를 알게 됐다. 연금저축계좌의 존재를 알고 나서도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IRP 계좌에 불입한 자금을 전혀 운용하지 않고 원금 그대로 보존했던 나는 왜 굳이 두개로 나눠서 돈을 넣어야 하는지부터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던 나에겐 연금저축계좌를 이용한다고 해서 세액공제를 더 받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IRP 계좌를 개설하고 한 달에 10만 원을 넣다 말다 반복하기를 3년.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었다. 세액공제로 돌아오는 몇 만 원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고 자금을 운용하면서 연금저축계좌를 오픈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리고 8년 란 시간이 흐른 뒤 어떤 순서로 이 두 계좌를 활용했어야 하는지 깨닫게 됐다.
참고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의 경우에는 '보험'과 '펀드'라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이 두 가지 중에 내가 얘기하는 연금저축은 '펀드'이다.
연금저축과 IRP 투자의 구체적인 순서를 소개한다.(2024년 기준)
먼저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한다. 그리고 일단 600만 원을 채운다. 연금저축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 금액은 1년에 600만 원이다. 그래서 무조건 이 600만 원은 반드시 채워야 한다.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납입하고도 더 투자할 여유가 있다면 IRP 계좌를 통해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 IRP에 납입된 금액 중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는 300만 원이다.
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한도인 600만 원, 그리고 IRP 계좌의 소득공제 한도인 300만 원을 채운 다음에는 추가로 900만 원까지를 연금저축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연금저축의 투자 한도는 1,800만 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요약해 보면,
1. 연금저축 600만 원
2. IRP 계좌 300만 원
3. 연금저축 900만 원
만약 1,000만 원만 투자할 수 있다면 먼저 연금저축에 600만 원, 그다음 IRP에 300만 원, 그리고 남은 100만 원을 다시 연금저축에 투자하면 가장 좋다.
사진: Unsplash의Anne Nygård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 금액은 동일하지만 연금저축 한도를 먼저 채워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투자 비중이다. 연금저축은 주식형 상품에 100% 투자할 수 있지만, IRP는 최대 70%까지다. 투자할 펀드의 선택은 연금저축과 같은 요령으로 하면 되지만, IRP 계좌에서 30% 이상은 법적으로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도록 되어있다. 내가 자금을 운용하지 않았을 때 30%고 70%고 상관이 없었지만, 막상 자금을 운용하다 보니 30%는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IRP 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쉽게 개설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엔 은행에서 개설을 했었다. 그러다 3년쯤 지나서 IRP 계좌를 증권사에서 개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TF 등 상품 선택의 폭도 넓고, 실시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로 갈아타고 난 후 활발하게 자금을 운용하게 됐다.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증권사에서 연금저축과 IRP를 개설하고 연금저축 한도 600만 원을 채울 것이다.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일인데 나는 그걸 몰랐다.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품은 처음부터 제대로 잘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8년 전부터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만 투자했어도 지금 수익률을 차이가 얼마나 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