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ISA 만기가 다가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거래중인 증권사 컨설턴트와 통화중에 ISA 만기가 다가온다는게 생각났다. 3년이 되면 해지를 하는게 좋다 안하는게 좋다 의견이 분분했다.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그랬다가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못받는 사람도 있었다. 뭐가 맞는건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만요. 아, 맞네요. 9월 1일이 만기에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 시기쯤 다시 한번 연락 주세요."
"저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관련해서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나는 얘기가 나온김에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사진: Unsplash의Scott Graham
사실 계좌를 개설하고 매월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꾸준히 매수하다가 자금사정이 타이트해져서 그나마도 중간에 중단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지만, 그 기간동안 돈을 인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 결과 만기가 다가왔을때 ISA에는 500만 원 정도의 자금이 배당주에 투자되어 있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1억 한도도 차려면 한참 남았고, 비과세 혜택도 얼마 못 봤기에 굳이 계좌를 해지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만기를 연장하면 또다시 그 만기를 채워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건 아니었다. 3년 의무보유기간이 지나면 만기는 원하는 만큼 연장할 수 있었고, 언제든 중도해지로 계좌를 해지할 수 있었다. 물론 비과세혜택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그렇담 또다시 3년이란 의무기간에 구속될 필요 없이 비과세 한도까지 계좌를 연장해서 계속 이용하다가 언제든 해지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설턴트분께 나의 의견을 얘기하자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라며 덧붙에 말했다.
"그런데 고객님, 혹시 ISA 만기자금으로 연말정산 세액공제 추가 혜택받을 수 있는 거 아세요?"
"아, 맞다. 저도 그거 얘기 들었어요. ISA 만기자금 연금저축계좌로 이전하면 추가로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렇게 활용하시는 것도 고민해 보세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활용하는 것과 연결을 시키지 못했던 정보였다. ISA 만기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추가로 받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3년 동안 꾸준히 모으고 만기되서 연금저축으로 이전해서 세액공제를 받는다. 다시 계좌를 개설해서 또 3년을 반복적으로 풍차돌리기 식으로 운영하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계획을 했으면 좀 더 목표의식을 가지고 투자를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Unsplash의Simon Hurry
며칠 후 컨설턴트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아쉬움을 전했다. 연금저축으로 이전하려고 생각하니까 ISA에 좀 더 자금을 모으지 못한게 아쉽다. ISA 만기자금을 연금저축으로 이전하는건 최대 3,000만 원까지인데 여기서 10%인 300만 원이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500만 원 이전해 봐야 50만 원이 세액공제 대상이고. 50만 원에 공제율 13.2%를 적용하면 66,000원을 세액공제받게 된다.
솔직히 66,000원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에 의미있는 돈은 아니었다. 적어도 300만 원의 13.2%인 396,000원 정도는 돼야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리스트를 감안하고도 이전을 할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으려나. 열심히 모아서 2,000만 원만 됐어도 264,000원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고객님, 혹시 여윳돈 있으시면 만기 전에만 ISA에 이체해 놓으시면 돼요. 이체하는 시점에 들어있는 자금은 연금저축으로 이전하셔서 세액공제받으실 수 있습니다."
"어머, 정말요? 그럼 만기 전날 500만 원 더 이체하면 만기 때 1,000만 원을 연금저축으로 이전할 수 있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하셔도 돼요."
만기 전날까지만 자금을 이체하면 된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나니 만기까지 좀 더 금액을 채워서 세액공제를 더 받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때마침 그때 나에겐 1,500만 원의 목돈이 생길일이 있었다. 그 돈을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그 돈을 ISA에 넣어서 총 2,000만 원을 연금저축으로 만기 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났다.
나에게 1,500만 원의 목돈이 생긴 사연을 잠시 얘기하자면, 종신보험과 관련이 있었다. 나는 과거에 무지성으로 장기보험상품을 반복적으로 가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했지만 이미 해지하기엔 손해가 너무 컸다.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상품은 이번 생의 업이라 생각하며 끝까지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보험상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해지율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래서 보험회사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으로 전략을 바꾸고, 기존에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고 갈아타기를 권유했다. 해지하기 전에 미리 해지시키는 식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과거에 들었던 종신보험을 얼떨결에 해지하면서 1,5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생긴 것이었다.
계획없이 생긴 목돈을 묶어두기에 좋은 활용 방법인것 같았다. 나는 ISA 만기 전날 1,500만 원을 이체해서 총 2,000만 원의 잔액을 만들었다. 다음날 만기가 됐고 계좌를 해지했다. 해지하고 나면 60일 이내에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해야 연말정산 세액공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올해 세액공제 한도 900만 원에 ISA 만기자금 200만 원까지 총 1,100만 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세액공제금액은 자그마치 1,452,000원이다. 연말정산이 기다려진다.
3년짜리 적금처럼 의무보유기간인 3년을 목표로 ISA에 자금을 모으고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투자한다. 그런 뒤 만기가 되면 연금저축으로 이전해서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다. 계좌를 다시 개설해서 3년 단위로 반복한다. 이러면 3년에 한번씩 ISA 만기자금으로 연말정산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딱 한번만 시도해보자.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