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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쑤 Oct 26. 2024

중계형 ISA가 생겼다는데..

주위를 보면 유독 재테크 정보에 빠른 사람들이 있다. 주식부터 부동산, 각종 세제 혜택까지 어떻게 아는건지 신기하리만큼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알아낸다. 나의 직장에도 그런 후배가 있었다. 


"팀장님, 증권사에서 ISA 개설하셨어요?"

"ISA? 아 나 그거 얼마전에 해지했어. 있어도 어떻게 활용하는건지 모르겠더라고. 굳이 다시 가입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


ISA 얘기가 나오자마자 나는 더이상 필요가 없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계좌를 개설해도 활용이 잘 안된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후배는 이번에 새로 생긴 중계형 ISA는 다르다며 작정한 듯이 나에게 본인의 재테크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이건 이전과 다른 거예요. 중계형 ISA라고 이 계좌에서는 주식거래도 가능해요."

"엥? 주식거래가 가능하다고? 그럼 CMA 하고 같은거 아냐?"

"맞아요. CMA처럼 주식거래가 가능한데, 세제혜택이 있고, 미국 주식은 거래가 안된다는게 차이점이에요."



사람이라는게 이럴때가 참 난감하다. 나는 괜찮다는데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가며 나를 설득해 주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약간의 미소와 함께 '그래?' 하며 리액션을 해주니 후배는 얼씨구나 신이났다. 자기도 전에 은행에서 ISA를 개설했었는데 방치했었다. 그러다 증권사에서 개설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전걸 해지하고 다시 가입했단다.


두서없는 얘기를 들으며 내가 정리한 ISA는 결국 증권사에서 개설할 수 있고 주식 거래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식투자를 액티브하게 하는 그 친구는 주식으로 수익을 제법 내고 있었다. ISA에서는 주식에 대한 수익을 손실과 통산해서 순수익에만 과세를 한단다. 그러면 주식으로 수익뿐 아니라 손실을 보는 경우에 분명 혜택을 볼 수 있다.


배당주를 매수하게 될 경우라면, 일반 계좌에서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뜯기는 15.4%의 배당세가 면제된다. 이걸 재투자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상당히 이득이 된다. 물론 이것 역시 의미있는 규모의 금액을 투자할 때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과연 나는 ISA를 굳이  개설해서 주식을 투자할 만큼의 여윳돈이 있나라는 곳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그 당시 후배가 열변을 토하며 홍보했던 계좌는 중개형 ISA였다. 2021년 상반기에 출시된 중개형 ISA는 2016년 처음 출시된 신탁형과 일임형에 이어 추가로 출시된 계좌이다. 예·적금과 주식·채권·펀드·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리츠(REITs),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 상품까지 모두 담아서 관리할 수 있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만능 통장이다. 


내가 5년간 유지했던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으로 변경됐다. 중도 해지에 대한 부담감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3년만 유지하면 순익을 '통산'해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9.9%의 저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9.9%라도 이자·배당 소득세율이 15.4%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다. 


ISA 얘기로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주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단타'로 상당한 용돈벌이를 하고있는 그녀였다. 나는 적립식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긴 했지만 일명 '주린이'에 가까웠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식을 매도해 본 적이 없었다. 차트를 볼 줄도 모르고 실시간으로 주가를 검색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주식 이야기 중 80% 정도는 이해하지 못한채 내 귀를 스쳐 지나갔다. 그냐가 주식강의와 더불어 ISA에 대한 기대감을 내뿜는 동안 내 머리 한켠엔 '그래서 ISA를 개설해, 말아?'하는 고민으로 맴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확인하고 가입했을 텐데 한 번 두 번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다 보니 마음속의 귀차니즘이 먼저 발동했다.


'어차피 개설해도 별로 활용하지 않을것 같은데 굳이 귀찮게 가입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주식 투자하면 얼마나 한다고 굳이 계좌까지 따로 만들어서 거래할 필요가 있을까?' 

'어휴, 그거 개설하고 적응하려면 생각만 해도 귀찮다.'



상품을 가입했다 해지하고, 계좌를 개설했다 해지하고, 나름 열정을 갖고 했던 일들이 하나 둘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으니 나도 모르게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나 절약할 수 있는 세금보다 계좌를 새로 개설해야 한다는 귀찮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터넷만 접속하면 궁금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된다. 친절한 사람들이 예쁜 사진과 영상으로 어찌나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는지. 편하게 이것저것 찾아가며 나에게 맞는 것들로 내 자본을 불려 나가면 된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딱 필요한 정보를 찾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이런 계좌가 좋고, 이런 상품이 좋고, 이건 이래서 좋고,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것 같다는 건 알겠다. 근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기가 나는 힘들었다. 그래서 좋다는건 일단 이것저것 다 건드려 보고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실패감만 맛보던 것이었다.


나는 CMA를 거래하던 증권사 앱을 열었다. 그동안 팝업이라고 생각하고 보이자마자 닫아버렸던 ISA 이벤트 문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중개형 ISA 국내주식 수수료 평생혜택. 절세되는 중개형 ISA 개설하고 평생 가는 혜택 받아요.' ISA 개설 고객을 유치하려는 여러 종류의 이베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벤트 기간을 확인해 보니 마침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마우스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아, 이거 가입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아후, 귀찮아.'하는 머릿속 생각과 달리 마우스 커서는 어느덧 이벤트 신청하기 버튼위에 올라가 있었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일단 가입이나 해놓지 뭐. 이번엔 진짜로 잘 활용해 보자.' 


2021년 9월 1일 나는 그렇게 또 중계형 ISA 계좌의 얼리어답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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