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처음 중계형 ISA 얘기를 들었을땐 계좌를 또 개설해야 한다는 귀찮은 마음이 앞섰다. 어차피 개설해도 활용도 안하는데 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는 속담처럼 나는 결국 증권사 앱에서 중계형 ISA 계좌개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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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계좌 개설하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신규 계좌개설하는 것은 너무 간단했다.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찾아서 이벤트를 신청한 뒤 계좌개설하기 버튼을 누르면 비대면 계좌개설이 진행된다.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하는게 익숙한 나에겐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게 마냥 신기했다.
계좌를 개설하고 처음 하려던 것은 내가 CMA에서 매수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이전하는 것이었다. 전에도 주식을 다른 계좌로 이전한 적이 있었는데 기능을 찾지 못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근데 웬일, 현물이전은 안된단다. ISA는 현금만 입금할 수가 있어서 이전을 하려면 주식을 다 매수하고 현금화를 한 다음에 이체를 하라는 얘기이다.
'아 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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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받고있는 배당금을 비과세로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렇다고 주식을 매도하고 다시 매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와서 낮은 평단을 유지하며 수익을 내고 있었는데 매도라니 안될 말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현물로 이전해서 거기서 배당금을 받아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어쩔수 없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은 CMA에 남겨 두기로 했다. 배당세가 아깝긴 했지만 주식을 매도한다는게 선뜻 내키지 않았다. 낮은 평단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는것도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한 달에 20만 원씩 ISA에서 배당주를 매수하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배당세가 면제라니까 뭔가 배당주를 매수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배당을 목표로 안정적인 주식을 검색해 봤다. 최대한 리스크가 없이 배당을 받을 수 있을것같은 종목 3개를 골랐다. sk텔레콤, 대신증권 우선주, 맥쿼리인프라였다.
주가상승의 큰 기대보다 배당에 초점을 두니 종목을 선택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매월 20만 원씩 ISA에 입금을 하고 비율을 나눠서 기계적인 매수를 했다. 큰 변동없이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배당세를 면제받으니 배당금도 한결 더 많게 느껴졌다.
그렇게 2년 정도 꾸준히 배당주를 모으며 ISA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세금을 면제받은 배당금을 받는 즉시 재투자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계좌가 있다니. 국내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CMA와 동일하게 사용하면 되는 계좌였다.
처음엔 무조건 비과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게 우선이었다. 배당을 받아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것 같았고, 그러다 보니 내 스스로 너무 한정적인 주식만 매수하게 되었다. 다양한 상품을 제한없이 투자할 수 있는 계좌였는데 한편으로는 3년이라는 의무유지기간이 있다보니 보수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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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ISA라고 해서 너무 배당을 받으려는 의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서민형의 경우 총 한도금액 1억에 대한 비과세 금액이 200만 원까지이다.
12,987,000x 15.4%=1,999,998
비과세 한도 200만 원은 배당금 12,987,000원을 받으면 채워진다. 한 달에 360,750원씩 36개월을 받는다면 전액 배당세가 면제가 되지만 그 이상은 9.9%의 세금을 내야한다. 물론 9.9%도 저율이며 분리 과세 된다는 장점이 있다. 분리과세가 적용된 금액은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되지 않기 때문에 종합소득과세의 위험이 없다는 면에서도 큰 장점이 된다. 그래도 200만 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과세 한도에는 이자·배당금 뿐만이 아니라 손익통산에 의한 수익에 대한 세금도 발생한다. 손익통산이란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인다. 물론 이 자체도 순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CMA보다 혜택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비과세 한도 200만 원에 포함이 된다는 것이다.
5년 동안 1억을 주식투자한다고 가정했을때, 주가의 변동으로 200만 원의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그런 경우 이것만으로도 비과세 한도는 채워지는 것이다. 내가 굳이 비과세 한도를 꽉 채워서 혜택을 받겠다고 배당금에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ISA를 개설해서 배당주를 매수하면서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CMA에서 삼성전자를 계속해서 따로 매수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답답한게 ISA 한도도 채우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 삼성전자를 한곳에서 계속 모아가는 것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기존 건 놔두고 ISA에서 이어서 새로 매수해 나갔으면 되는 건데 여하튼 그땐 그랬다.
다른 것보다도 한 가지 아쉬운건, 1년쯤 지났을 때 CMA에 있던 삼성전자를 전부 매도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수익을 실현해 보자는 생각에 약간은 충동적으로 전액 매도를 실행했다. 그런 뒤 현금화된 자금을 ISA로 옮겨서 다른 주식을 매수했으면 됐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매도된 예수금으로 CMA에서 바로 다른 주식을 매수했다.
얼마 뒤 그 사실을 자각했다. '아, 지금이라도 전부 매도하고 ISA로 갈아타야겠다.'라는 생각에 급히 CMA를 열어봤다. 마이너스 8%. 그 사이 내가 매수한 주식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상태에서 매도를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조용히 계좌를 닫았고, 그 주식은 오랫동안 마이너스로 그곳에 남아 있었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작은 관심과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5년이란 시간동안 ISA를 방치했고, 증권사에서 ISA를 계설한 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3년을 보냈다. 계좌하나 제대로 활용하는게 이토록 어려울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