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갈까, 유럽을 갈까? 퇴직금 받으면 여행도 가고 맛있는거 많이 먹어야겠다.'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으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보통은 연결해서 바로 이직하는 경우 중간에 한 달 정도의 공백기를 갖기가 쉽지 않다. 합격한 후 전 회사에 사직서를 내면 보통 인수인계 한 달을 한다. 이직할 회사에서 통상 한 달 정도는 인수인계 기간으로 기다려 주지만, 그 이상 양해를 구하긴 쉽지 않다. 이직할 회사에서도 사람이 필요해서 뽑은 거니까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할 테다. 나 역시 2달이라는 기간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맘 편히 여행을 가기 위해 입사를 늦추긴 어렵다.
근데 이직할 회사에 합격을 하기 전에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먼저 냈다.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마칠 때쯤 최종 합격을 하고 고용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래서 중간에 한 달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생겼다. 돈과 시간이 있다는 게 이런 건가. 나는 많지도 않은 퇴직금을 박박 긁고 내 돈까지 보태서 엄마와 뉴욕에 갔다. 동생이 유학 중이어서 겸사겸사 그곳에서 한 달을 묵으며 주변 여행을 했다.
"아, 또 퇴직금 받고 싶어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 회사 그만두면 젤 기대되는 게 퇴직금 받는 거지. 퇴직금이야말로 내가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잖아. 진짜 정말 공돈이지."
회사 다니면서 동료 직원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퇴직금은 받으면 당연히 써야 되는 공돈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퇴직금을 노후가 될 때까지 쓰면 안 된다거나, IRP 계좌로 이전해서 투자를 하라든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에서 미국의 연금제도인 401(K)에 대해 알게 됐다. 401(K) 플랜은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DC형 퇴직연금제도이다.
"중간에 연금을 찾는 경우, 부과되지 않은 세금과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59.5세까지는 연금을 유지하도록 유도했고 근로자들이 노후를 준비하도록 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 401(K) 제도 덕분에 수백만 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하고 있다. "
퇴직연금으로 100만 장자가 된다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월급의 일부인 퇴직금을 59.5세까지 적절하게 운용하면서 유지하면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이다.
세 번의 이직을 하며 세 번의 퇴직금을 받았다. 두 번째 까지는 퇴직금이었고 세 번째는 퇴직연금이었다. 퇴직금이던 퇴직연금이던 퇴직금에 대한 나의 인식은 전혀 다른게 없었다. 단지 퇴직금은 회사에서 내 계좌로 바로 입금해 주고, 퇴직연금은 IRP 계좌를 통해서 받은 후 계좌를 해지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번거로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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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0일 한경코리아마켓 기사에 따르면, 급증하는 미국 연금 백만장자는 지난 1분기 48만 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투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포인트는 은퇴할 때까지 퇴직 연금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퇴직금은 노후 준비를 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원이다. 퇴직금으로 받든 퇴직연금으로 받든 무조건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IRP 계좌로 옮겨서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 퇴직금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기업이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것이다. 한 회사를 평생 다녔다고 가정한다면 은퇴시점에 받게 되는 돈이다. 만약 나처럼 중간에 퇴직금을 받게 되면 안 받은척하고 은퇴시점까지 유지해야 한다.
연금 부자는 다른 세상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노후에 대한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면 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나는 사십 대가 되어서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