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u

내겐 습관이라면 습관인 게 하나 있다. 이따금씩 내 손을 자주 들여다보는 일이다. 매번 의도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어쩌다 내 양손을 보게 되면 한동안 꽤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한다. 오늘 오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다 부쩍 건조하고 추워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예전보다 조금은 거칠어진 내 손의 촉감을 느끼고선 잠시 두드림을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도 이제 늙어가는구나 했다.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서글픈 감정은 아니었고 너무도 서운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고생스러운 손이 떠올랐고 내 부모님의 고단했던 삶이 밀려왔다. 손은 생각보다 우리가 자주 잊게 되는, 잊고 사는 신체 부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손을 관찰할 때는 손바닥이 아닌 꼭 손등을 천천히 살핀다. 이번 관찰에서 아주 놀랬던 건 내 손가락 마디마디에 주름이 부쩍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건데, 확실한 건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정말 주름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암만 그렇지, 손도 늙지 안 늙겠어? 싶으면서도 손이 늙어가니 내 몸도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 같아 아쉽다. 청춘에서 인생의 나이가 점점 뒤로 밀려나는 서운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손을 들여다보는 일 외에도 가끔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보곤 한다. 사람들의 손에 그들의 삶이 닮아있고 담겨있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고운 손보다는 조금은 거친 그리고 투박한 손을 참 좋아한다. 내 아버지의 손이 그러하기도 한데, 아빠의 손을 만질 때면 아빠의 고단했던 육체적인 노동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듯해서 자랑스럽기도 마음이 시려오기도, 그래서 한 번 아버지의 손을 잡을 땐 따뜻한 온기를 가득 담아 애교 섞인 손잡음으로 아빠의 삶을 이해한다고 고생하셨다고 말하듯 달래 드리곤 한다.


내 어머니의 손도 마찬가지다. 아빠의 손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 사는 표범의 거친 성미처럼 두껍고 투박하고 묵직하고 야성미가 넘친다면 엄마의 손은 피부가 얇고 주름이 가득해 마치 잉어의 껍질처럼 은은한 빛깔을 내뿜기도 하는 손이다. 그렇지만 그 가녀린 손에도 내 어머니 인생의 고단함과 상처와 슬픔의 흔적들이 역력해 이따금씩 날 슬퍼지게 만드는 못된 손이다.


내 손은 그에 비해 고생스럽지 않음이 누가 봐도 티가 나는 손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만 드러나 있지 않지. 손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 곳곳엔 나만의 상처와 상실과 외로움과 고독과 불안과 우울과 슬픔으로 인한 인생의 고통이 분명 깊이 스며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부쩍 왜 이리도 나이 듦과 인생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고 관찰하고 인지하는지 20대 혹은 30대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태도로 내 삶을 대하고 임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내 사랑과 정을 가득 담아 표현하는 수단 혹은 도구 중에 하나가 손이다.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곧잘 잡는 일. 조카 바보 이모로써 조카들의 오동통한 밤톨 같은 손을 그렇게도 틈만 나면 잡는 일,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수시로 잡는 일 등등...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말하듯 손을 잡는 일은 내겐 찐한 사랑의 표현이자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다.


이따금씩 들여다보는 내 손은 쏜살같이 흘러가는 내 시간을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부쩍 건조하고 주름이 생긴 것 같으며 말라 보이고 앙상해 보이기까지 한 내 손에 유난히도 놀라고 당황스러웠나 보다. 불과 몇 개월 전의 관찰을 더듬어 보면 분명 오늘과는 다른 느낌이었기에 부인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손이라는 게 그렇다고 자주 다소 험한 일에 안 쓴다고 해서 늙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나이는 못 속인다는 우리네 목주름처럼 손도 이와 같아서, 손의 나이 듦도 이제는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가 내게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가끔 조금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내 손은 내가 잡아줘야지, 누가 잡아주나."라며 혼자 노랫말처럼 흥얼거리곤 하는데... 내 손, 이제는 더 자주 만져줘야겠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플로럴 향기 가득한 것 아니면 겨울에 어울리는 조금은 묵직하고 진한 향의 핸드크림 하나 사자. 작은 사치 하나 부려보자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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