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경험 부자라고 나름 자부하는데 안 해 봐서 도무지 알 수 없겠는 게 딱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결혼, 다른 하나는 출산이다.
20대 중후반, 한창이던 시절.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 나이쯤 됐을 땐, 이미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겠지? 육아와 살림으로 바삐 살아가고 있을 오지도 않은 내 미래를 그리곤 했다. 막연하게 아니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었다. 결혼은 진한 사랑을 한 후에라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결혼.은 자연스레 의도하지 않게 나와는 아주 먼 것이 되어버렸다. 어떨 땐 결혼이 내게는 잡힐 듯 말 듯. 아주 심하게 나와 밀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생각인데, 결혼시기엔 유통기한이 없다.는 생각이 크다. 인연은 될라 하면 오늘 밤에라도 생각지도 않게 내 앞에 나타나게 되어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급할 것도 의식할 것도 없는 이유다. 그저 내 사랑이 나타날 때까지 내가 할 일은, 그저 내 일을 멋지게, 내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서로 사랑에 지나치게 목메지 않을 때, 집착하지 않을 때, 서로의 사적인 영역이 건강한 수준에서 존중될 때 혹은 외롭다 하여 내 인연을 급하게 만들려 노력하지 않을 때, 자연스레 어느 날 문득 갑자기 그렇게 내게 왔을 때 최선을 다해 건강한 사랑을 하고 그러다 함께 하고 싶다면 결혼을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다.
가끔은 이렇다.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때면 글쎄, 결혼이라... 당연한 것은 아니다. 지금이 좋아. 그러다 아이 몰라...로까지 이어지면 그때부터는 결혼이라는 존재는 점점 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뭐든 겪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특히나 결혼과 출산이라는 이 두 가지에는 유독 취약하다. 출산에 대해 말하자면, 자칭 타칭 조카바보로서 조카가 내 새끼처럼 예뻐 죽겠는데 하지만 사실 내 새끼를 낳아봤어야 알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를 낳는 일, 어떤 기분일까. 도대체 어떤 걸까.라는 호기심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미혼이라는 내 지위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결혼생활의 장점들도 열거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러곤 다시 혼자 사는 지금의 내 생활의 좋은 점들로 되돌아가곤 한다.
세상살이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인간은 원래 이 지구에 혼자 왔다가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래 세상은 혼자. 지독히 외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지 오래다. 가끔 찐하게 밀려오는 나의 외로움과 고독은 결코 결혼하지 않아서 내 짝이 없어서가 아님을 안다. 고로 결혼이란 내게 전혀 급한 일도 아니며 언제까지 혹은 더 늙기 전에 치러야만 하는 해내야만 하는 숙제나마감기한 같은 게 아닌 이유다.
출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한 생명을 잉태하고 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일. 출산의 그 경이로움. 나도 꼭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나 한 아이의 부모가 되는 일은 결코 함부로 생각할 일이 아닌 너무도 큰 일이라서 건강한 마음을 가진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가끔 미래의 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그때까지만 조금 더 기다려 주겠니?"하고 말이다.
코비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지난 2년 동안의 내 삶을 반추해보면, 스스로에게 참 고단했고 고단했다.고 말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였던 것 같다. 역마살이 강하게 낀 해들이었는지 참 많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일했다. 그러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혼자.의 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그래서 지금은 이 자유로움이 그저 감사하기까지 하다.
언제 또 결혼과 출산을 갑작스레 하게 될지 모르기에, 그때를 대비해 지금은 마음껏 혼자의 삶을 힙하게 신나게 살고 있다. 집 앞 천변에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걸어 나가 자연을 벗 삼아 숨을 들이마시는 일,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고 글도 쓰고 좋아하는 책을 맘 껏 읽을 수 있는 일...등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내 생각은 곧 내 삶의 몰입으로 이어진다.
결혼해도 좋고 결혼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은 날 더 자유롭게 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단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이 시간이 혹시 모를 내 결혼과 출산에. 힙한 아내, 힙한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런 거라면 난 너무도 건강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자아도취까지.
요즘은 어딜 가도 발칙한 미혼.이라고 답하곤 하는데,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발칙한 아내, 발칙한 엄마가 되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발칙하게 꾸려나가 볼 참이다. 아니어도 뭐.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