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확실하면 삶이 전반적으로 참 쉬워진다. 선택을 함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취향저격의 맛, 향, 것 등을 느끼고 향유하면 또 순전히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끼고 날 기분 좋아지게 한다.
내 삶 구석구석을 취향저격의 상태로, 온전하게 살고 있는 나로서는, 취향이 확실한 나로서는 먹는 것에 있어서도 그 취향이 모호할 리 없는데 그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은 빼놓을 수가 없다. 슈퍼에서 파는 것 중에는 어릴 적부터 돼지바를 그리도 좋아했으며 초코가 들어간 거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치즈케이크 러버인 나는 베스킨의 뉴욕 치즈 케이크에 환장하며 무튼 초코와 치즈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이라면은 신이 나 자주 사 먹는 성미를 가졌다.
맥도날드의 선데이 아이스크림과 맥플러리도 참 좋아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뭐랄까. 꼭 어릴 적 나로, 맑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내가 아이스크림을 대하는 태도가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아주 맛있게 냠냠 쩝쩝 먹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튼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 순간엔, 기분전환은 물론이고, 한 입 한 입 베어 물때마다 사르르 녹는 그 맛과 텍스쳐까지도 그 모든 게 참 조화롭다. 그제도 점심에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커피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시키곤 테라스에 앉아 청계천을 바라보며 아주 맛있게 먹으며 한 시간 남짓 책을 읽다 왔다.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다,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쭉쭉 쓸어 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날 위해, 그것도 꼭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만을 찾아내 날 데리고 가던 X 생각이 났다. 늘 그런 것. 사랑과 추억은 하나라는 생각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다 옛 남자 친구를 떠올린 건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 시절 열렬하게 작렬하게 사랑했던 그와의 추억에 잠겼고 잠시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물건 하나에, 음악 하나에, 음식 하나에, 식당 하나에, 카페 하나에, 풍경 하나에... 일상 곳곳에 사랑과 추억이 깃들어 있지 않은 곳이 없고,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꼭 수제 아이스크림만을 사주던 그이는 외국 잡지에나 나올법한,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세련되면서도 훤칠한 외모를 가졌고 키도 184cm로 슬림하지만 단단한 근육을 가진 남성미 넘치는, 외모적으로도 내 마음에 쏙든, 한눈에 날 사로잡은 그런 사람이었다.
똑똑했고 지적였으며 잠자기 전엔 침대 맡에서 이삼십 분 정도는 꼭 책을 읽고 자는 습관을 가진 그가 그리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를 늘 사오던 그가 유독 생각나던 오후였다. 막스를 데리고 밤 산책을 나가던 일도... 나는 그와 사랑할 때, 참 소소하지만 사랑하면 이 세상이 마치 우리 둘만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황홀감을 매일 경험했던 것 같다.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이미 그 사랑은 소중하리만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반증이겠지... 지금은 다 지나간, 흘러버린 시간들이지만 그 추억은 늘 그렇듯 내 가슴속 어느 한 곳에 살아 숨쉬어 문득문득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해주는 그런 마법의 상자가 되었다.
그와 자주 가던 수제 아이스크림집은 아직도 있겠지? 다시 갈 날이 있을까? 그이는 잘 지내고 있겠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며 그와의 추억여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사랑...은 언제나 날 설레게 하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매 순간 느끼게 한다. 사랑은 마법이다. 마법아 어서 오렴. 나는 다시 그 마법에 걸려들 준비가 되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