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와 놀 때가 제일 편안하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다. 나는 하루에도 틈 날 때마다 그 시간이 길든 짧든 자주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그렇다고 해서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며 내게 혼자만의 시간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을 한다는 의미다.
혼자 걷는 일, 혼자 디퓨저 가게에 들러 맡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향을 맡아보는 일, 인테리어 숍에 들어가 내 취향의 쿠션 커버와 블랭킷 등을 둘러보는 일,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골라보는 일, 사랑하는 내 조카들과 페이스톡을 하는 일, 살어리랏다 영상을 보며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 인간극장을 보며 함께 울고 웃는 일, 친한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어린아이처럼 소녀처럼 울고 웃는 일, 깨끗하게 집을 청소하는 일, 살짝 덜 탈수되게 시간을 남겨둔 상태에서 빨래를 꺼내 탈탈 털어 햇볕에 쨍쨍하게 바삭바삭하게 바짝 말려 개어내는 일, 뽀송뽀송하게 잘도 말려진 수건을 갠 후 잠시 수건 더미에 내 얼굴을 파묻고는 그 향기를 맡는 일, 믹스커피 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타는 일, 자주 가는 카페의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 나를 위한 맛있는 요리를 맛깔나게 차려내는 일, 감사일기를 적어 내려가는 일, 햇빛과 그늘 딱 그 사이, 초록이 우거진,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일, 잘 정돈된 내 집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일, 식자재 마트에서 식재료를 가득 장바구니에 담아오는 일, 아트박스에 방문해 아기자기한 파우치들을 구경하는 일 등등
내겐 나의 소소한 일상 속 그 시간과 공간, 이 모든 것이 정녕 소중하고 이리도 귀한 시간 일 수 없다. 그 시간의 지속성과 유지와는 상관없이 그때 그 감정과 기분, 순간을 오롯이 느끼려 하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도 아주 자주, 수시로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지금 당장 어떤 상황이 달라질 수 없는데 그 상황만을 생각하며 오직 그것에만 집중하며 내 시간과 감정과 그 순간을 좀먹는 우를, 그런 실수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에서 오는 내 다짐의 발로이기도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낭만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다. 낭만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는데 이제는 내 스스로 나만의 낭만.의 의미를 정의하게 됐다. 낭만이라 하면 흔히 사랑에서의 로맨틱.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낭만이라는 단어에도 여러 가지의 낭만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낭만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을 테다. 나의 낭만이란,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지금 이 순간,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지금 이 상태 너무 좋다.라는 기분을 알아차릴 때, 그 알아차림을 포착해 그 순간을 온전히 내 마음으로 느낄 때이다.
나만의 낭만.을 정의하고 나면 내 삶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낭만적이게 된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난 후 덕수궁 돌담길을 한 바퀴 돌면서도, 청계천 길 따라 길가에 자리 잡은 내가 좋아하는, 그곳 카페테라스에 한 시간 남짓 혼자 앉아 살랑이는 바람을 벗 삼아 선데이 아이스크림 한 입을 입에 넣었을 때에도 지금 이 순간이, 지금 이 시간이 너무 낭만적이라며 난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낭만과 여유도 결국엔 내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알아차리면서 말이다.
인생 뭐 별거던가. 나를 내려놓으니,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내 마음이 달라지자 내가 나를, 그리고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이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달라졌으며 사물이나 사람들이 가진 좋은 점들만, 장점들만 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내게 주어졌고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약해지지 않을, 건강한 내가 되었다.
낭만적인 삶을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은 이제는 내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낭만과 여유, 내가 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 날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이 모두가 표현하는 단어가 다를 뿐, 결코 다르지 않은, 같은 의미의 단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