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결제했다. 올 한 해 사느라 나름 애쓴, 수고한 나에게 선물하나 하기로 했는데, 조금 전 구매 완료했다. 해외배송이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제 진득하게 무심하게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
소비하지 않는 즐거움을 아주 맛깔나게 맛보아왔던 터라, 사실 나를 위한 구매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옷도 원래 입던 옷을 돌려 입기 시작했고 고백하건대 같은 옷을 작업복처럼 매일 입은 적이 많았다. 정말 패션에 관한 한 남의 신경이라고는 일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초라해 보이지는 않으려고 했으며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됐다. 마치 "내 눈엔 너만 보여."라고 말하듯 난 내 안의 나에게 그랬다.
그렇다 보니, 내 안의 소리에, 나의 내면의 심연에 들어가다 보니 외적인 것은 내게 그리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불필요한 소비에도 흥미를 잃게 됐다. 그렇다고 고상한 철학은 아니었고 삶의 태도가 그리 되었다는 설명이 맞겠다.
한 달 전쯤부터 12월쯤에 운동화를 사줘야겠다고 생각하 던 차에, 한 달 가까이 찜. 목록에 담아놓은 물건이 있었으니, 내 선택은 나이키였다. 아주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아이템인 데다 신고 싶어졌다. 무엇이든지 간에 본질.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운동화 선택 또한 그래야 한다며 찜해둔 요걸로 냉큼 결제했다.
둥글둥글하고 통통해 보이는 버전으로 구매했는데 이유는 내 눈엔 그 신발의 입체감이 진짜 귀여워서였다. 어쩌면 이 걸 신고 그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도 아니면 귀엽고 깜찍하고 영해 보이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람의 반영일런지도 모르겠다.
패스트 패션으로 쇼핑을 한 지도 과거가 된 지 오래고, 옷을 사느라 한 번에 몇 십만 원을 하루에 소비하던 소비 요정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대신 시장에서 파는 빈티지 같은 옷들에 눈이 더 가고 저렴한 보세 옷들에 눈이 더 간다. 보세 옷들도 저렴한 것은 굉장히 저렴한데 자세히 찾아보면 가성비도 높고 스타일리시 한 옷들이 꽤 있다.
결국엔 옷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까지. 명품이면 무엇할까. 내가 명품이어야지. 끌리셰하지만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저렴한 값싼 옷이라 할지라도 내가 멋들어지게 우아하게 소화하면 된다는 자신감엔 변함이 없다.
운동화 하나 산 일이 뭐라고 내 마음이 이리도 설레는지... 그렇다고 소비 요정이 다시 돌아온 것 같지는 않고 오랜만의 날 위한 소비라서 그런 것일 텐데 오래간만의 운동화 구입에 기분이 좋아졌고 설레었다면 그거면 되었다. 는 이 여유도 늘 새롭고 놀랍다.
예쁘게 아름답게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의 나도 나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으로 삶을 채우는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는 지금의 나도 나일 테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 운동화 하나에 내 일 년의 수고를 다독이기에 보상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하는 즐거움보다 소비하지 않은 즐거움이 여전히 편하고 좋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가 내 삶의 시선과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스스로의 선택과 때로는 용기가 만들어낸 인생의 파도와 부딪히며 쌓아온 나의 인생 역경과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확신은 곧 더 큰 용기와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의심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난 그렇게 또 한 번 성장하고 버티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는 요즘의 내 삶이 그저 사랑스럽고 내 인생 근육도 그마만큼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멋지다. 그러다 보니 자꾸 내가 내게 기대려고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내가 나를 의지하고 믿고 기대지 않으면 누구한테 기대리. 하고선 더욱 바짝 붙는다.
내 발이 되어줄 새로 주문한 운동화를 마주할 준비는 이만하면 되었고 새 운동화의 신발끈을 야무지게 단단히 메고선 난 그렇게 또다시 내 삶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수고한 너에게, 많이 성장한 너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을 만큼, Tu es jolie! 넌 예쁘다고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