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허무

by miu

요 며칠 새 우울감이 한동안 내 마음에 머물렀다. 우울의 실체를 이제는 알아버려서 그런지 우울이 온다한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으며 그저 그 우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잠시 머물다 가라고 말해주는 것뿐이다.


우울감과 불안감이 갑자기 휘몰아칠 때면 또 왔군.이라는 자세 또한 습관이 돼버린 것 같아 다행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저 묵묵히 하루 종일 혹은 몇 시간 동안 아주 깊게 그 우울에 빠져버린다. 예전처럼 그 속에서 헤엄치려 허우적 대려 하지도 않는다. 그 폭풍우가 사그라질 때까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우울을 대하는 내 태도이다.


그럼에도 우울감에 별의별 생각과 온갖 생각으로 내 몸과 마음이 너덜 해질 그 몇 시간 동안은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우울은 극복대상이라기보다 내 평생 받아들이고 안고 가야 할 그런 존재라고 인식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혹은 자주 오는 우울이 예전처럼 내 인생을 흔들게 놔두지 않는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실체 혹은 형체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그럴수록 내 안의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며 내 안의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고 생각하고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며칠 새 특별한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갑자기 또 날 찾아왔지만 무튼 지금은 사그라진 상태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소리를 낼 만큼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이 스키 사고로 어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허망했고 또 허무했고 안타까웠으며 충격적이었다. 그의 정교한 연기에 감탄했었고 프랑스어를 공부할 땐 그의 불어 인터뷰를 보기도 했다.


그의 소식을 듣고선 나는 또 한번 인간의 삶. 나아가 내 삶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나는, 죽음에 대한 나의 인식이 역설적이게도 내 삶의 의지와 에너지가 되어준다고 생각하는데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의 인생 앞에 나는 또 한 번 겸허해지고 또 겸허해졌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산다는 것은 인간이 죽어가는 과정이다.라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했는데, 인생이란 그리 길지 않으며 짧다. 는 생각과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지금 나의 이 우울이,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죽는 그날까지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가치 있게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 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 지금의 온갖 걱정과 잡다한 혹은 불순한 사특한 생각일랑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만다.


고독은 내 벗이 된 지 오래고 우울과 불안은 이제는 내가 안고 가야 할 벗이 되었으며 오히려 이따금씩 내게 드리우는 이 모든 감정들을 통해 내 안의 나. 를 만나고 대화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내 삶의 방향을 찾는다. 삶이란 허무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렇기에 현재의 내 삶에 충실하자. 용기 내어 힘차게 살아가자. 다짐한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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