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본질

by miu

어제 우연히 유퀴즈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편 재방송을 보게 됐다. 쭈욱 보다가 마지막 게스트였던 두봉 주교님을 보게 되었는데 뭐랄까. 말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었고 따뜻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기쁘고 떳떳하게 사셨다는 주교님의 말씀과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사신다는 주교님의 삶에 숙연해졌다는 설명이 맞겠다.


우연히 채널이 돌려진 것에 감사했다. 프랑스 오를레앙 출신이라고 하시는데 문득 오베르 쉬아즈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만났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교회, 고요함, 이 길을 걸으면서 고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하며 살랑이는 바람을 벗 삼으며 혼자 걷던 밀밭 길 등이 오버랩되면서 파리가 아닌 진짜 프랑스 소도시, 시골의 풍경들이 그리워졌다.


1929년생인 주교님이 10살 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하니 역사를 지나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주교님의 안경 렌즈 사이 너머 보이는 눈과 눈동자는 어쩜 그리 선하고 맑으신지. 사람의 마음 심상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교님의 모습을 보며 느끼고 배웠다. 주교님으로부터 느낀 삶의 단출함과 정갈함이 주는 메시지는 내게 컸다. 주교님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요즈음 부쩍,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마음의 상태 자체는 이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말도 못 할 정도로 차분해졌는데 감동적인 것이나 가치 있는 것들을 접할 때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가 많다. 갱년기가 올 나이는 아직까지는 조금은 먼 듯한데 무튼 자주 가슴이 따뜻해지고 울컥해진다. 그러면서 이따금씩 캐캐 묵은 감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기도 삶의 고삐를 바짝 다잡기도 한다.


설 명절이라고 며칠 째 방콕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제는 즐겨 찾는 애니원에서 신도라에몽 18기를 설 특집이라고 전편을 방송하는 것이 아닌가. 지브리, 도라에몽, 아따맘마를 종종 보는 나는 과일도 주섬주섬 먹다가 미리 쟁여놓은 허니버터칩도 꺼내와 와그작 와그작 먹으며 간만의 휴식을 취했다. 영화관이 따로 있냐며 혼자 만족했다. 이런 게 행복 아니겠는가.


참 우연이라는 게 무엇인지. 간혹 가다 TV나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영상들을 정말로 우연히 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은, 허걱 내 마음을 읽은 건가. 이 알고리즘은 무어람. 마치 꼭 내가 이걸 봤었어야만 하는, 마치 보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오늘 역시 그랬다.


오래전부터 EBS다큐 프라임의 애청자인 나는, 우연히 진정성 시대 편을 보게 되었고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년 전 방영됐던 것으로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에서의 삶을 택한 삼십 대 미국인 부부 제이슨과 케이틀린 부부의 이야기였다.


2016년 처음 여행자로 그곳을 방문했던 케이틀린은 미국으로 돌아온 후 그곳에 다시 가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케이틀린을 혼자 가게 놔둘 수 없어 그녀를 따라 함께 온 제이슨. 케이틀린이 말하길, 그땐 왜 가야만 했는지 몰랐는데 다시 가야만 하겠다는 것만은 분명 했다고 했다. 그녀를 따라온 제이슨은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하는 장면에서조차 난 깨닫는 바가 많았다.


핫 초콜릿 한 잔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그렇기에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조차에서도. 케이틀린은 "미국에서의 삶은 늘 엄청난 풍족함과 너무 많은 게 있다는 거죠. 항상 너무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저 계속 가지면서도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질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웃고 울고야 말았는데, 인생이란 무엇일까. 한 번뿐인 삶, 나는 이들처럼 내 마음이 원하는, 가슴 설레는 일을 시도해 본 적이 있던가. 자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제이슨, 케이틀린 부부처럼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삶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닮은 결이 같은 사람 이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내 삶은 정말 확실하게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내 삶보다도 앞서 나. 내가 달라졌다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도대체 날 이토록 변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달라졌고 삶의 소중함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인간다운 삶, 인간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가 여기에 있다.


이런 내게 하루하루는 수행이고 수양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거창하거나 고상한 것은 아니며 그저 늘 깨어있으려 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인데, 스스로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도 알게 되었으며 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가장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삶이 달라져 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묻기 시작했고 그 방향과 방법이 조금씩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새해가 되고 나서도 내 인생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반전이 없으면 또 어떠한가. 내가 세운 목표가 있고 또 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가 그저 대견할 뿐이며 때가 되면 난 내 삶에서 아름다운 비상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내 내면과 심성을 인간답게 아름답게 꽉꽉 채워나갈 생각이다.


결코 길지 않은 단 한 번뿐인 삶, 내 삶의 기준 역시 타인이 될 수 없으며 분명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나에게 있음을 나는 여실히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남과의 비교로 내 스스로를 우울하게 하거나 내 안을 가두게 놔두지 않는다. 내가 만족하면 되었고 내가 행복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았으며 비슷비슷한 삶 혹은 남들을 따라하는 삶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삶, 때로는 이를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삶, 늘 사유하고 생각하고 가치와 본질이 존재하는 삶 속에 내 안의 나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내 삶은 현재 진행형이며 고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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