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u Mar 02. 2022

삶의 목적

도행지이성. 길은 걸어감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장자의 말이다. 요즘 들어 이 말을 자주 곱씹어 보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상념은 늘 나의 벗이다.


이따금씩 마음이 바닥이거나 가라앉을 때면 나는 자주 내 추억을 소환하는데, 오베르 쉬오아즈에서 고흐가 바라봤을 한 여름 땡볕 아래 밀밭과 수풀과 바람소리. 그곳에서 우두커니 홀로 앉아 한 시간여 먼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어 있던 나의 모습. 중세시대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톨레도 성벽 위에 홀로 앉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 오래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던,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을 들으며 해가 질 때까지 오랜 시간 앉아 있던 나의 모습.


그때의 기억은 늘 나를 깨어있게 한다. 그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해하기도 하면서. 삼십 대 초반, 마음의 갈피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중심을 잃기도 또 방황의 나날을 보냈던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 내 삶의 목적을 잃어버렸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된 데에는 당시 삶의 방향의 문제였다기보다는 삶의 목적의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생각이다.


내겐 삶의 목적이란 삶의 의미와도 같은데, 지금은 다행히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인생은 아름답다고 삶의 고삐를 다잡으며 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봄 그리고 여름이 오기 전 그 사이 한 3주 정도의 완전한 봄의 날씨를 만끽하고 있자면 삶의 희망이 새순이 돋아나듯 파릇파릇 피어오르고 내 존재 자체가 살아있음에 환희를 느끼곤 한다. 삶의 목적, 삶의 의미란 어쩌면 내 존재와 살아있음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이제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틈을 주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쏜살같다는 생각이 큰데 그렇다면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신나게 아름답게 빛나게 찬란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방황의 시기조차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얻게 되었다.


삶의 목적을 굳이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매 순간이 그 자체로 온전하고 온유하다는 생각은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비가 되어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자유로운, 영혼이 자유로운, 행동이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내 의지와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의 길을 걷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음은 물론이다.


이제는 삶의 목적을 외부적인 것에서 찾지 않는다. 내 안의 내게. 자주 수시로 묻고 답한다. 그러기에 나는 외적으로 화려한 모습이거나 그러한 삶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삶의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들로 내 안의 나를 가득 채우고 싶다. 상냥할 것, 따뜻할 것, 자유로울 것, 사랑할 것, 섹시할 것, 클래씨 할 것, 여유로울 것...!


요즘엔 눈이 맑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 역시 눈만큼은 언제나 초롱초롱 빛나고 맑은 사람이고 싶다. "we are all different."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모두는 다 달라서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어서 그렇기에 우리 개개인 모두는 소중한 존재,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은 언제나 날 상냥하고 또 상냥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내 삶은 지금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아름답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로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된다고. 너의 길을 멈추지 말 것! 너의 길은 네가 걸어감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장자의 말을 빌려 다시 한번 내 안의 내게 전하는 오늘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 늦지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