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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Feb 28. 2022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자주 내 핸드폰의 메모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어떨 땐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만약 인생이 딱 한 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아침 내 마음에 깊이 와닿은 문장이다. 결론은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이른 아침엔 보통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는데, 오늘 아침의 선곡은 성시경의 어디선가 언젠가. 가사 속 내 안의 어딘가에 살고 있던 너.라는 노랫말은 또 왜 이리도 시적인지.


아주 자주, 수시로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이젠 너무 익숙한 내.가 되었다. 공적인, 객관화된 내 나이는 이제 딱 서른 중반이 됐다. 딱 서른이던 해. 훌쩍 떠난 한 달 간의 스페인 여행이 엊그제 같은데 참 쏜살같다는 생각이다. 그때의 나의 다짐은 여전히 유효한지.


3년 전쯤, 나는 유연 언니에게 "언니, 삼십 대 초반이면 가장 좋은 나이일 텐데 아직 한창일 텐데 난 왜 무언가 다 끝난 것만 같지?" 그러자 언니는 내게 "초아야, 언닌 이제 서른아홉이야. 왜 이래~~ 이제 시작이야!"라며 웃으며 나무라곤 했다. 지금의 나는 충분히 젋다고 언제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당시엔 왜 그리 그런 생각들로 내 안의 나를 잠식하게 내버려 뒀는지 그 때의 내 어리석음이 가끔은 후회스럽다.


하루하루의 삶이, 일상이 모여 내 삶 전체를 이룬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아주 많이 놓치고 있지 않았나.는 생각까지. 그래서 그런지 서른다섯이 된 지금이 삼십 대 중반의 내가 훨씬 여유롭고 유연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더 마음에 든다. 침착하면서도 신중해졌다. 그러면서도 확신이 들 땐 망설이지 않는 화끈한 용기 역시 잃지 않았다.


요즘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뭐랄까. 열매로 치자면 영롱하게 적당하게 익어가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완전하게 익기 위해서는 아직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그런 내 모습이 기대가 된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모의 아름다움의 기가 막힌 밸런스로 진짜 우아하게, 아우라 있게, 섹시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일도, 사랑도, 내 삶 그 어느 것 하나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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