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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Feb 27. 2022

요리의 즐거움

나는 언제 기분이 좋지? 행복하지? 를 생각하면 늘 요리할 때이다. 시장 구경, 마트 구경, 장을 보러 가는 일과 장바구니에 먹을거리를 가득 채우는 일, 돌아와서 곧장 짐을 풀고 요리를 하는 일, 일련의 모든 과정이 마냥 즐겁다. 예쁜 그릇에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는 일까지. 식탁에 앉기 전까지 정성을 다한다.


주변에서는 외모는 절대 현모양처 스타일이 아닌데, 요리하는 것을 보면 의외라고들 한다. 가끔 맛이나 멋을 내고 싶을 때는 파스타나 샐러드, 수프를 만들기도 하지만 확실한 토종 입맛 탓에 청국장, 된장찌개 등에 생채, 콩나물 무침, 애호박 볶음, 장조림, 계란말이, 감자채 볶음, 두부 조림 등의 밑반찬을 곧잘 해 놓는다. 바쁘기도 하고 집에서 집밥을 챙겨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정말 어쩌다 하게 되는데 한 번 마음먹으면 뚝딱 만들어내긴 한다.


오늘 주말을 맞이해, 여유도 있겠다 싶어 냉장고를 들여다보았다. 어쩜. 요거트와 그래놀라만 잔뜩 있을 뿐 그야말로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곧장 마트로 달려가 요리 재료들을 잔뜩 사 왔다. 2월 들어서부터는 당분간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 금지령을 스스로에게 내렸던 터라, 지금까지는 아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고 다만 영양이 조금 부실한 것 같다는 생각에 채소나 야채, 단백질 식품 위주로 장을 봐왔다.


서둘러 냉장고를 꽉꽉 채우고 나서야 오늘의 점심 메뉴를 정했다. 재료는 닭가슴살과 올리브, 방울토마토가 들어간 간단한 음식이었는데, 이름도 레시피도 없는 그냥 나만의 요리라는 게 맞겠다. 요리는 그냥 느낌, 감이랄까.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과정보다도 맛과 모양만 좋으면 된다는 데 동의한다.


문득 떠오른 일화 중에 당시 싱글이었던 윤아 언니는 늦은 밤 나와 통화할 때면 "혼자일수록 고급지게 우아하게 먹어야 돼. 언닌 지금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하고 있어." 농담 삼아 실크 드레스까지 차려입었다고 말하곤 했다. 언니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요리는 내게 사랑이다. 다행히 요즘은 나를 위한 요리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전의 나는 나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할 때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를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고 테이블을 차리는 그 과정 모두가 날 행복하게 고 설레게 다.


일전에 어느 책에서 사랑한다는 건, 상대방을 일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격하게 공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껴주고 싶고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것 아닌가. 음식도 내가 직접 해주고 싶고 상대방은 그저 쉬게 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나의 그 일이, 그 수고가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날 살아있게 하는, 난 늘 그랬던 마음으로 사랑을 했던 것 같다.


나의 요리에 감동하고 기뻐하는 상대방을 보는 일이 내겐 더 큰 행복으로 돌아왔다. 사랑할 때 내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요리는 내게 사랑이자 배려이기도 하다. 사랑할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진한 사랑의 표현이다. 요리의 즐거움이 또 이렇게 사랑과 연결되는 내 생각의 이 무작위함이란. 결국엔 또 사랑으로 귀결되는 나.다.


오늘 점심은 온전히 나를 위한 요리가 되었는데, 오랜만에 한 요리임에도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맛있다. 요리의 즐거움을 아주 잠시 동안 잊고 산 것 같아 앞으로는 자주자주 너를 위해, 너를 위한 요리로 너에 대한 내 사랑을 진하게 표현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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