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무언가를 새롭게 하고 싶을 때,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 물건, 내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빳빳하게 잘 말리어진 내 취향의 수건을 가지런히 개어 포개어 놓는 일, 쿠션 커버를 벗겨내 새로운 디자인의 쿠션 커버로 바꾸는 일, 옷을 몽땅 다 꺼내어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는 일, 파우치 등을 다 꺼내 정리하는 일, 그릇들을 다 꺼내어 다시 배치하고 정리하는 일, 침구를 정리하는 일, 바닥을 쓸고 닦는 일 등등 이 모든 일을 한꺼번에 몇 시간을 걸려 하곤 한다.
정리를 하고 나면 내 몸과 마음, 마음가짐 그 모든 것이 온전하게 새것이 되는 기분마저 든다. 일이라기보다는 나를 치유해주는, 나를 정화시켜주는, 오직 나를 위한 수고라는 생각에 전혀 힘들지 않다. 날씨가 제법 따스해진 듯하고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살랑이는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차제에 겨울 옷을 이제 넣어놓자는 생각에 아침을 간단하게 차려 먹고선 몸도 움직일 겸 정리를 시작했다. 뚱뚱한 부피를 차지하는 패딩도 이제 그만 넣어놓고 봄에 입을 만한 카디건과 봄 옷들만 남기고 겨울 옷들은 박스로 잠시 이별을 고했다. 정리된 옷장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봄 같고 가뿐하다.
언제부터인가 간소하게, 살뜰하게 살고 싶은 내 바람은 동시에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간소하면서도 정갈하면서도 쌈빡한 지금의 내 삶의 방식이 난 진정 마음에 쏙 든다. 다 정리된 내 방을 보니 딱 지금 내 마음의 상태와 같다며 흡족해하는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내 물건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졌다. 후회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지난 내 물건들을 너무도 쉽게 놓치고 버리지 않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지금은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지난 내 물건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지금까지 잘 보관했더라면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했을 텐데, 옷들도 지금은 나오지 않는 디자인에 지금 입으면 너무 예뻤을 텐데 등등 말이다.
지금은 내 물건에 고마워하며 그것들을 귀히 여길 줄 안다. 지금 내 생각은 지금의 내 물건들을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사용하고 잘 입어야지.인데 그래서인지 가끔은 내 물건들을 어루어 만져 주기도 한다. 내 물건이란, 내 역사와도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절대 소홀할 수가 없으며 그것도 내 취향의 것들로만 콤팩트하게 갖춰서 인지 애정이 짙다.
물건에 대한 나의 태도가 살뜰해지면서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않게 되었는데, 이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내게 필요한 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으며 불필요한 것들을 내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짐같이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정갈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도, 내 주변의 모든 것들까지도. 소소하고 싶고 정갈하고 싶고 간소하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은 오늘도 나를 자유로이 한다는 생각이다.
몇 차례에 걸쳐 정리를 끝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애정 하는 것들, 아끼는 것들, 취향저격의 것들만 내 주위에 남게 되었다. 옷만 해도 그렇다. 내가 진짜 예뻐하는 봄여름 스커트들이 일렬로 정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 행복은 그 순간순간, 찰나이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또 소소한 순간에 행복감을 맞이한다.
어쩌면 내 물건도 나와 같이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내 물건을 더욱 오래 보고 싶어서 이제는 내 물건을 닿는 손길까지 더욱이 상냥해졌으며 부드러워졌다.
사랑한다는 건 아껴준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나로서는 내 물건에 대한 나의 사랑 역시 아껴줌과 보살핌과 상냥함과 살뜰함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 주위가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간소해지고 깨끗해지면 불필요한 생각이나 잡념이 날 잠식할리 없다는 생각도 크다.
전체적인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간소해지자 먹는 것 역시 간소해졌다. 밥상을 차려냄이 더욱 정갈해졌고 예뻐졌고 건강해졌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게 없는 요즘이다.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늘 살뜰하길, 정성스럽길, 상냥하길, 자상하길, 따뜻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