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진찰

by miu

어떻게 하면 다시 내 루틴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보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내 의지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내 정신이 지배당하고 있은지 말이다. 이런 상태는 곧 내 정신상태와도 심각하게 직결되는 바 이것만큼은 극도로 경계하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12월 첫 주, 둘째 주의 나는 제 정신이 아닌듯하다.


자꾸만 졸립고 피곤하다. 그러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우울감을 경험적으로 아주 잘 알고 있는 나는, 이 현상이 우울감과 무기력감의 증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7시면 번쩍 일어나는 내가 이상하리만치 늦게 일어나게 되는 것은 물론 몸이 좀처럼 따라 주지 않아서, 몸이 자꾸 나를 붙잡고 있는 듯한 기분... 알면서도 지금처럼 쉽게 그 루틴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 기분도 이 패턴도 분명 조금만 지나면 곧잘 사라진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누구보다 내 스스로에게 가장 친절해보자고 다짐하건만, 이런 나를 볼 때면 야단치고 호통치기 일쑤다. 이런 내가 나도 참 못미덥다. 오늘도 그런 내 모습을 알아차리자마자 서둘러 채비를 하고 우선 집밖을 나왔다. 일하러 가기 전 잠깐 산책을 했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앉았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다행스러운 건 갖은 경험이 쌓이고 쌓여 내가 느끼는 기분 감정 상태를 구체적인 미묘한 감정들로 쪼개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그런 감정들이 내게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곧 사라질 실체없는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다.


우선 내 몸부터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야한다. 내 감정의 위기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 몸을 다시 가볍게 돌리는 일이다. 살이 찌는 것도 경계하는데 몸이 무거워진 것도 내 감정을 엉망으로 만드는데 한 몫하는 성향이라 우선 먹는 걸 줄여서 몸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고 만다. 그 다음은 어김없이 책을 평소보다 더 끼고 산다. 책은 내겐 마법과도 같아서 책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은 고요해지고 평온해진다. 가뜩이나 없는 내 살림인데 혹시라도 불필요한 것은 없는지 들여다보며 더 비워낸다. 글을 쓴다. 내가 원하는 현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가끔 아니 종종 생각보다 자주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인 그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만이라도 알았더라면, 20대 초반에라도 알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바꿀 수 없는 사실과 과거에 얽매여 내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은 자유. 그 생각이 날 더이상 괴롭히지 않으면 언제는 자기 반성의 의미에서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보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무너진 너의 일상이 무엇때문이었을지. 늘 그렇듯 답은 참 명료할 뿐이다. 설레지 않는 것. 도통 지금 내 일이 솔직히 말하면 설레지 않다. 물론 따박따박 들어오는 정기적인 월급이 나를 덜 불안하게 해주는데에는 동의하며 이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지금껏 돌아오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가, 내가 가장 설렜을 때가, 내가 내 삶이 가장 만족스러웠을 때가, 재미있고 즐겁고 정신이 건강했을 때가,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었고 그걸 향해 달려갔을 때,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과정에 집중했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정말 몰입하며 나름 바쁘게 살았던 때라는 것.


돌이켜보니 그 시간과 기간들이 참 좋았다.생각하게 된. 그 핵심은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그 시절이 후회스럽기는 커녕 내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 시간이다. 내 결론은 이랬다. "후회없이 살자!" 클리쎼하지만 경험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것.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는 다시금 내 정신을 다잡고 있다. "후회없이 살자!"고 말이다.


무튼 오늘부로 지난 보름간의 무너진 내 일상을 다시 원상복구할 참이다. 올해 가기 전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내 나름의 작은 의식이랄까. 지난 일 년을 반추해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어야 할테고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 해 나름 잘 살아온 내 스스로에게 새로운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얼굴에 뾰루지가 나면 피부과로 달려가기도,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은 듯 싶으면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는 나지만, 생각해보면 정작 내 삶을 지탱하는, 때로는 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정신이라는 녀석은 왜 그리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지 생각하게 된다. 내 마음에도 내 정신에도 잦은 진찰이 필요하다. 취약한 내 마음이 더 이상은 취약해지지 않도록 자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마음과 내 정신에 처방을 내리는 일, 이것만으로도 내 일상은 내 삶은 다시 아름다워 질 수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유효기간이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내 삶에 나는 어쩌자고 불안해하고 우울해하고 남들과 비교하는데 이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 가끔은 혹독한 자기반성이 내겐 필요하다. 오늘의 나처럼.


그 혹독한 자기반성이 끝나면 그 누구보다도 나는 내 스스로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낸다.

유한한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두려울까. 까짓 거. 해보지 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은행통장을 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