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쓰는 편지

by miu

고요한 주말 오후. 오전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했겠다 소파에 노트북을 켜고선 누웠다. 음악이 빠질 리 없다.


플레이 리스트에서 성시경의 눈부신 고백과 김조한의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두 곡을 무한반복으로 재생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듣고 있자면 오만 감성과 우수에 젖게 된다.


그러면서 소파 위로 몇 권의 지난 노트들을 꺼내 왔다. 작년 초에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앞뒤가 하얀 순백의 커버 가운데에는 Let's start journey today 라는 문구와 함께 행성이 하나 그려져 있다.


그때 당시 나는 공백의 하얀 표지 위를,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 두었던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로 채워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매일 같이 들고 다닐 것이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있고 순간순간 그때그때 내겐 큰 위로가 되어줄 것 같아서였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마치 처음 본 글귀 마냥 새롭게 또 한 번 위로받는다. 문득 그 글귀들을 다시 한번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새겨보자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이른 아침의 나를 기억하라." -팃낙한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자"라는 태도다. 지금 이 순간을 살 것."


"네가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네 눈물은 네 손등으로 닦아야 한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장자

"삶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것."


"당신 자신을 정기적으로 찾고 있는가?"

"거짓된 자기 모습에 사로 잡히는 것은 귀가 멀고 눈이 먼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슬픈 인생은 오류로 얼룩진 삶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삶이다."


"인생의 본질은 혼자이며 함께는 예외인 것. 외로움을 불행으로 어울림을 행복으로 여기지 말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수용하기."

"내게 결함이 있다 할지라도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수용하기를 원한다."

"외면하지 마라. 붕대를 감는 곳에 시선을 유지하라. 거기가 당신에게 빛이 들어가는 곳이다." -Rumi


"마음 챙김(mindfulness)."

"어제를 버려라."

"과거를 후회하지 말 것."


"빛나고 소박하고 진실했다." -Rainer Maria Rilke

"매력이란 직접 질문을 받지 않는 사람이 "예"라고 대답하는 방식이다." -Albert Camus

마지막 릴케와 카뮈의 이 두 문장은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짧지만 그 안엔 삶과 사람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담겨있는 것 같아 내겐 더욱이 그러하다.


수많은 책 들 속에서 읽은 귀한 문장들이 수없이 많음에도 당시 이런 내용들을 노트의 앞 뒤 표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 담아 빼꼭히 써놓았다는 건, 이런 명언들이 그때의 내 심경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애써 내 스스로를 달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랜만에 이 노트를 보고 있자니, 슬픔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나의 성숙과 성장에 그저 감사하고 대견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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