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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Feb 21. 2022

디어 마이 프렌드

미리는 나의 오랜 친구다.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미리는 지금은 딸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이다. 얼마 전 미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 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미리는 나를 촤야, 나는 미리를 밀야,라고 부른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리는 검은색 아디다스에 본인이 만든 민트색 레이스를 운동화 끈을 대신해 신고 다녔는데 언제나 힙했고 세련됐고 패션센스와 감각이 남달랐다. 미대 입시준비생이던 미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니트 디자이너이자 패션MD로 바삐 활동하고 있다. 유일하게 내 패션을 지적하는 사람이 미리다.


미리를 만날 때면 미리의 유머감각과 허를 찌르는 말들에 난 정말 배꼽을 잡고 자지러진다. 누구보다도 내면이 단단한 걸크러쉬 내 친구 미리가 유독 보고 싶은 오늘이다.


문득 사진첩을 둘러보다 미리 생각이 났다. 몇 해 전, 미리는 To. 당당한 신여성(하트). 편지와 함께 청첩장을 건넸다. 신여성 모야ㅋㅋㅋ 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미리는 오랜 시간 날 진득하게 보아온 친구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리의 묵묵함이 진득함이 언제나 과하지 않게 잔잔하게 위로해주는 편안함이 내가 미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미리의 애정 가득한 쓴소리 잔소리가 나는 그저 정겹다.


미리의 편지에서 처럼 내 주변에서는 날 곧잘 신여성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신여성이라는 의미가 무언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앉고 일단 도전하고 보는 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그런 초연함과 생명력과 비비드함을 가진 내 성미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자신감 있고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성미는 내 장점 중의 하나인데 이것 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파리에서 귀국 후 잠시 고향에서 지내겠다는 내게  미리는 기프트 콘을 보내왔는데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언니에게 전해 달라는 거였다. "언니, 안녕하세요. 우리 촤 잘 부탁드려요(하트)."라는 메시지와 함께. 미리의 마음 씀씀이에 그리고 그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기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출국 직전엔 잘 다녀오라며 편지와 선물을 건네주었다. 게다가 오늘은 밥을 잘 먹여서 보내야겠다며 성수동으로 불러내 날 배불리 먹였던 기억까지. 선물은 검은색 스팽글 가방이었는데, 이걸 보자마자 초아꺼다. 하고선 냉큼 샀다고 한다. "스타일리쉬한 게 딱 네 스타일이야! 잘 샀지?" 내 취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미리의 센스 있는 선물에 고마웠고 파리에서도 지금까지도 애정 하며 아주 잘 쓰고 있다.


센스가 남다른 미리가 선물하는 것이라면 믿고 보는 미리라고 말할 만큼 철썩 같이 맘에 들어했는데, 생일 때 받은 귀걸이 두 개도 여전히 잇템으로 아주 잘 쓰고 있다. 옷도 한 보따리로 주고 가기도. 디자인 한 옷 샘플들이었는데 너에게 잘 어울릴 만한 것, 네 스타일인 것들로만 골라왔다며 챙겨줬다. 한 때 정말 옷이 해질 때까지 소위 뽕뽑으며 입었던 옷들은 전부 미리가 준 예쁜 옷들이었다.


행복했던 순간이었든, 우울했던 시간이었든 그 순간에는 늘 내 친구 미리가 옆에  있었다. 그저 묵묵히 들어주었고 애써 진부한 위로의 말일랑은 함부로 건네지 않았다. 그저 내 옆에 있어주었고 언제나 달려와 주었다. 그래서인지 미리와는 정말 끈끈한 유대감과 의리, 믿음이 있다.


변함없이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걱정해주는 내 친구들, 사람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나도 그들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내 소망과 노력과 다짐은 늘 유효하다.


도대체 언제 오냐는 미리의 말에, 난 곧.이라고 답했고 진심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 마음의 안정도 얻었고 휴식도 충분히 아주 잘 취했다는 생각이다. 신여성 양촤는 아직 죽지 않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신나는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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