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업무를 마치고 잠시 카페에서 숨을 고른다. 일 중간의 점심시간 혹은 그 여유시간을 사용해 한 시간 남짓 카페에 앉아 글 한 편을 쓰는 일은 내겐 취미이자 일상이자 사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하루다. 오늘 아침 친한 언니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너 줄려고 신세계에서 가죽장갑 하나 사놓았는데 도대체 언제 올거냐는 언니의 애교 섞인 성화였다. 택배로도 안 보낼 거라며 네가 직접 오면 그때 주겠다는 언니의 으름장에 나는 내심 흐뭇해했고 내 생각해주는 언니가 고마웠다.
언니는 내게전화로든, 만나서든"너 정말 더 늦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 된다. 그냥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 등등 잔소리를 하곤 한다. 언니의 연락을 받고선 그냥 문득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잔상이 머물렀다.
항상 마음속에 생각하는 건, 정해진 인연은 있다.는 건데, 이 믿음엔 변함이 없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는 내 생각은 지금껏 내 사랑과 연애와 결혼을 한 껏 자유롭게 했다는 생각이다.
이전부터 친구들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이건, 연애 상담을 주고받을 때건, 사랑이 뭘까? 사랑이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난 주저 없이 "사랑?늘 하고 있는 거지, 늘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답하곤 했다. 내게 사랑은 늘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사랑하고 있지 않은 요즘이 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늘 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내 낡은 수첩에 2018.10.29 날짜와 함께 이런 글귀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니
네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땐 분명 내게 잔잔한 울림이 있었기에 적어놓은 것일 텐데, 책 제목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튼 작은 것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니 네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는 이 문장, 다시 읽어보아도 멋지다.
요즘 내 마음은 이렇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이 내게 다가오려고 하는 거지?" 인연이 될라 하면 언제든 짠하고 나타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나는, 내 사랑에 애써 서두르지 않는다.
결혼 인연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영글어 성숙한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 기가 막힌 우연과 타이밍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순간엔 설명할 수 없는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 둘을 연결해 주는 것이라는 나의 이 소녀 같은 마음은 늘 나를 살아있게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서로가 전혀 알지 못한 채 각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영글어 성숙한 후에 만나게 된 둘이라면이번엔 또 어떤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설렘도 함께.
서두를 것도 조급할 것도 없이 무심한 듯 그러나 때가 되어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