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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Feb 22. 2022

인연

오전 업무를 마치고 잠시 카페에서 숨을 고른다. 일 중간의 점심시간 혹은 그 여유시간을 사용해 한 시간 남짓 카페에 앉아 글 한 편을 쓰는 일은 내겐 취미이자 일상이자 사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하루다. 오늘 아침 친한 언니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너 줄려고 신세계에서 가죽장갑 하나 사놓았는데 도대체 언제 올거냐는 언니의 애교 섞인 성화였다. 택배로도 안 보낼 거라며 네가 직접 오면 그때 주겠다는 언니의 으름장에 나는 내심 흐뭇해했고 내 생각해주는 언니가 고마웠다.


언니는 내게 전화로든, 만나서든 "너 정말 늦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 된다. 그냥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 등등 잔소리를 하곤 한다. 언니의 연락을 받고선 그냥 문득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잔상이 머물렀다.


항상 마음속에 생각하는 건, 정해진 인연은 있다.는 건데, 이 믿음엔 변함이 없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는 내 생각은 지금껏 내 사랑과 연애와 결혼을 한 껏 자유롭게 했다는 생각이다.


이전부터 친구들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이건, 연애 상담을 주고받을 때건, 사랑이 뭘까? 사랑이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난 주저 없이 "사랑? 하고 있는 거지, 늘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답하곤 했다. 내게 사랑은 늘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사랑하고 있지 않은 요즘이 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늘 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내 낡은 수첩에 2018.10.29 날짜와 함께 이런 글귀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니

 네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땐 분명 내게 잔잔한 울림이 있었기에 적어놓은 것일 텐데, 책 제목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튼 작은 것에 감사하며 가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니 네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는 이 문장, 다시 읽어보아도 멋지다.


요즘 내 마음은 이렇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이 내게 다가오려고 하는 거지?" 인연이 될라 하면 언제든 짠하고 나타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나는, 내 사랑에 애써 서두르지 않는다.


결혼 인연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영글어 성숙한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 기가 막힌 우연과 타이밍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순간엔 설명할 수 없는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 둘을 연결해 주는 것이라는 나의 이 소녀 같은 마음은 늘 나를 살아있게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서로가 전혀 알지 못한 채 각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영글어 성숙한 후에 만나게 된 둘이라면 이번엔 또 어떤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설렘도 함께.  


서두를 것도 조급할 것도 없이 무심한 듯 그러나 때가 되어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그러려면 사랑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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