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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May 14. 2022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아침 6시면 눈이 절로 떠진다. 잠을 푹 잘 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꿈도 꾸지 않고 눈이 떠짐과 동시에 머릿속이 청량하다.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후, 이부정리를 깔끔하게 해 놓는다. 나만의 아침 루틴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고요한 명상음악을 틀거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발라드곡을 기분에 따라 취향껏 재생한다. 앗, 맥심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꼭 빼놓지 않는다. 습관이 되었는지, 무튼 맥심 커피를 천천히 들이마시며 생각을 잠시 멍하니 내려놓는 일, 무튼 꽤 오래된 습관이다.


어제 늦은 밤, 점심 약속 때 먹다 남아 포장해 온 스콘 두 개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먹고 자서인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얼굴이 특히 눈이 부어있었다. 역시 밀가루군.하며 옷을 입고 나왔다. 한강시민공원으로 곧장 달려 나갔다. 여의도까지 빠른 걸음으로 조깅을 하고 왔다. 달리면서 상쾌한 아침! 굿모닝! 내게 말을 걸었음은 물론이다.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오늘 할 일들을 메모해 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금 이렇게 내가 하면 기분 좋아지는 일 중 하나인 글을 쓰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좋은 점은 하루가 정말 길며 할 일들을 맛깔나게 해낼 수 있고 굳이 시간을 쪼갠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하고 싶을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게 습관이라 발이 피곤해지기 일쑤라, 되려 이런 발의 피곤함과 노곤함이 내 수면의 질을 높여주고 꿀잠을 잘 수 있게 하는 힘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 찜해 놓은 책 한 권을 사러 서점에 들러야 하고, 살까 말까 고민한 접시 하나를 사러 자라 홈에도 들를 예정이고.등등 오늘 하루도 내 스스로에겐 분주한 하루가 될 것이다.


며칠 전 이사를 하면서 이삿짐센터에서 "짐이 정말 없으시네요. 이렇게 없는 분은 없었거든요."하시는 게 아닌가. 정확히 말하면 3년 전부터 나는 내 삶의 짐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고 단출한 삶을 살자.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내게 가장 필요한 물건들, 내가 정말 애정 하는 물건들만 남기고 다 버리자.였는데 정리를 하면서도 이건 도대체 언제 샀는지, 왜 샀는지, 물건 주인인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이러한 짐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이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튼 불필요한 내 짐이 깔끔하게 버려지자 내 삶의 찌꺼기, 묵은 떼까지도 말끔하게 사라진 것 같은 쾌감이 들었다. 아주 잘한 일이었다. 그 이후부터 내 짐은 지금껏 크게 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에 더욱 마음이 갔다. 잡다하게 사는 걸 지양하고 아주 가끔씩 정말 사고 싶은 그릇이라든지 접시 하나라든지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어도, 내가 60-70대 할머니가 되어서도 잘 쓸만한 것으로 신중하게 고민하다 고른다.


무엇보다 새것보다는 옛 것이 좋은 나는 어쩌면 단출하고 정갈한, 군더더기 없는 생활방식이 운명처럼 예정되어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로서 더욱이 큰 공간은 불필요하게 됐고 짐이라곤,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침대 하나, 아버지께서 2년 전, 선물로 사주신 새로 장만했던 2인용 소파, 큰 테이블(테이블은 내게 식탁이자 서재이자 카페다)과 의자, 묵직한 큰 짐은 사실 이게 전부다.


전자레인지와 밥통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처분했다. 내 취향의 그릇을 골라 접시에 음식을 예쁘게 담아내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릇에 애정을 주는 편인데도 그릇과 접시조차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맘에 들어도 하나씩만 사고 그릇장에 가지런히 포개어 놓고선 그 모습을 가끔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나는 수시로 내 일상에서 생활에서 행복감을 맛본다. 만끽한다.는 말이 더 적확할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내 안의 나에 집중하기 시작 한지 꽤 오래되었고 내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 그 자체로 온전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진짜 나를 알아가니 나는 뭘 할 때 행복한지, 나는 누구를 만날 때 행복한지, 나는 무엇을 먹을 때 행복한지 등등 많은 것이 내게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진짜 내 모습이 되었고 내 일상이 되었고 내 삶이 되었다.


나는 행복을 쫒지 않는다.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도 결코 의식하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내 마음이 평안한 상태, 기분이 좋은 상태, 일시적인 감정일지라도 지속되는 시간이 짧더라도 순간순간 내가 느끼는 내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을 행복감을 느끼는지. 그저 나의 하루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러다 보면 나와 내 삶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상냥해질 수밖에 없다.  


짧게라도 감사일기를 쓰고 내 안의 나를 만나 대화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내 마음의 평온이 가득해지면 창문 너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마저도, 살아있는 내 존재 자체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건강함에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그러므로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내가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에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스칠 때이다.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게도 나는 매일, 수시로 느끼며 산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라는 생각은 단출하면서도 소박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내 물건들과 내 집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 우주 안에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이사도 하고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요즘 느끼는 건, 할까 말까 할 땐 하자.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인생은 단 한 번,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내 마음속에 할까 말까라는 생각이 들면 하자.고 마음먹었다. 해보니 뭐 막상 별 거 아닌 게 아닌가. 또 아니면 뭐 어떤가. 다시 방향을 틀거나 혹은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랬나 보군.하며 헤헷.하곤 휙 넘겨버리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내심 흐뭇하고 놀랍다.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내겐 성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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