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 삶의 힘이다. 내 마음이 칠흑같이 어두웠던 시절, 끝이 보이지 않을 것 만 같았던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났을 시절, 날 살게 했고 일으켜준 고마운 존재다. 책을 통해 내 존재의 이유를 고찰하고 통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엇보다도 고전, 고전을 닥치는 대로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참 많이 읽었고 지금까지도 무척이나 애정 한다.
그 시절의 니체, 고흐, 톨스토이, 카뮈...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이다. 고전을 사랑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노래하고 인간에 대한 고뇌와 통찰을 직접적으로 묻거나 대답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을 잠깐 쉬고 있는 지가 딱 일주일 됐다. 일적으로 바삐 움직여야만 되는 성미를 가진 나는, 고새를 못 참고 어서 일을 시작해야지.하곤 내 스스로를 바짝 조이는 모양새다. 나는 이 감정상태를 재빠르게 알아차리고는 그 알아치림으로 다시 현재에 집중하기로 한다.
전화통화 끝에 절친 상금 언니는 "쉰 지 겨우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조급할 게 뭐가 있어? 다 잘 될 거야! 너무 걱정마. 충분히 돼!"라는 말을 건넨다. 뭐든 늦은 것은 없다는 생각은 날 살게 하고 도전하게 한다. 일주일째 원 없이 걷고 돌아다니고 서울 시내 곳곳을 음미하며 관찰하며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자주 가는 청계천 길가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광화문 교보에서 책을 마음껏 구경하기도 읽다가 책을 사서 돌아오기도, 남대문 시장을 휘리릭 구경하기도, 여의도 ifc몰을 다녀오는 일 등등, 광화문과 여의도가 나는 제일 편하고 좋다. 광화문은 내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하며 오랜 시간 보낸 곳이어서이기도 하고 여의도는 주말마다 ifc에서 약속을 자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튼 늘 가던 곳이라 모두 익숙해서 제일 편안하다고 느낄런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많아진 차제에, 나는 어김없이 책을 끼고 살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고상하다거나 자랑할 일이라거나 거창한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심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그 시절 내가 사랑하는 철학자들, 작가들, 예술가들과 만나는 게 그저 좋으며, 그들을 통해, 그들의 세계 속 주인공들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하기도 통찰하기도 하는, 그 모든 것이 내겐 그저 늘 새롭고 흥미로운 기대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나는, 책을 사랑한다.
책도 하나의 취미이자 취향일 수 있다. 돌이켜보니 일주일째 1일 1책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읽고 있다. 책을 자주 읽다 보니 책을 정독하면서도 제법 빠르게 읽어낸다. 책의 첫 페이지를 폈을 때 설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을 덮을 때 느끼는 그 아주 미세한 바람이 내게 불어오는 그 느낌, 그 맛에 책을 읽는 것도 있다. 하나의 세계를 여행하고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온 듯한, 현실로 돌아온 듯한 그런 느낌을 나는 자주 받는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에도 시끄러운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상황이 아니라면 곧잘 책을 꺼내 든다. 무겁지 않은 작은 책이라도 가방에 넣고 나가는 게 습관이다. 지하철을 타거나 이동할 때 가끔은 지루하거나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그 시간이 나는 아쉬워서, 약속시간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거나 남는 시간이 있을 것을 대비해, 그 시간에 책을 읽는 편이다. 눈 깜짝할 새 내가 내릴 역 이름이 안내방송에 나올 때면 나는, 시간 참 잘 쪼깨서 썼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제인가. 파울로 코엘료의 라이프를 다시 읽었다. 두 번째 읽는데도 어찌나 새롭던지. 늘 느끼는 거지만 내 마음에 참 와닿았던 책들은 언제 읽어도, 다시 읽을 때마다 늘 새롭고 와닿는 포인트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곳곳에 내가 살짝 접어놓은 책의 페이지들도, 나의 그때의 흔적들을 보면서 문득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내 마음과 내 모습이 오버랩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논어를 읽었다. 군자불기.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말인데, 공자 왈, 그릇에는 한계가 없다고 했다. 요즘의 나는, 나는 무한한 존재이며 한계가 없다.고 내 안의 진정한 자아로 현재에 있어야 한다.라고 깨달으며 깨어있으려고 노력하는데, 불교의, 부처의 가르침에서도 성경에서도, 논어에서도 결국은 인간의 삶의 목적, 생의 목적이 결국은 이것이었구나! 종교는 달라도 결국에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였구나! 이거였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나는 책, 그리고 내가 가진 그 수많은 모든 경험들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수양 중이며 수행 중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결국 모든 일은 잘 되게 되어있다.라고 귀결되는데 긍정적인 생각이 결국엔 내 삶을 창조할 거라 생각한다. 고로 허튼 생각, 사특한,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파리 살 때에 친구들 집에 가보면 책장에 책들이 빼곡하게 있는 집들이 많았다. 실제 유럽의 책들은 우리의 책들보다 종이 재질도 가볍고 콤팩트하다. 걸어 다니면서도 메트로 안에서도 과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물론 독자로 하여금 읽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게 책 그자체가 콤팩트하다고 생각했다. 무튼 그곳에선 사람들이 언제어디서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편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책을 집어 들어 읽노라면(앉아있든 서있든지) 가끔은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물론 아랑곳하지 않긴 하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인 듯하다. 내 안을 다스리고 내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면 내 안이 충만해지기 때문에 사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신경 쓸 틈이 아니 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정말 자유롭다는 생각이다.
모든 것은 잘 되게 되어있다.라는 생각이 내 온몸을 감싸고 있으니 이 에너지로 무엇이든 못할까. 내가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니,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지금 이 상황 속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며 열심히 노력하되 결과에는 집착하지 말자.다짐한다. 내가 생각한 대로, 반드시 이뤄질 것이며 곧 내가 바라던대로 새로운 시작할 수 있겠지.하고 말한다.
예전 같았음 불안해했을 나, 이제는 절대 그럴 리 없거니와 단단한 내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감사하다. 내가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기도는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간절한 원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이 말씀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