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여자

by miu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나 기분 좋을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김없이 찾는 노래들은 주옥같은 성시경의 노래들과 가삿말이다. 늦은 일요일 오후. 오늘은 양희은 성시경의 '늘 그대'를 듣다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양희은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울림과 아름다운 선율, 주옥같은 가사들로 내 마음은 촉촉이 젖어들어갔다. 내게 성시경의 노래는 언제나 옳다.


서른 중반이 되었고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된 지 꽤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철이 조금 들어가서인지. 이제야 나는 지리한 방황에 서서히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는 듯하다. 또 언젠가 아니 이따금씩 내 앞에 불쑥 등장하게 될 방황을 이제는 기꺼이 안고 가려는 여유도 갖췄다.


나는 B급 감성의 여자다. 정확히 말하면 주류 혹은 대세적인 것보다는 비주류 혹은 독자적인 B급 감성을 사랑하고 즐기며 스스로를 B급 감성의 여자라 칭할 만큼 그러하다. B급이라는 말이 어쩌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미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A, B, C... 모두 다 동급의 정열 혹은 배열일 텐데 무튼 굳어진 B급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은 확실하고 확고하다.


내가 생각하는 B급 감성이란,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조건이라는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그 모든 분위기와 감성을 의미한다. B급 감성이란 내겐 찐이다.


영화도 꼭 아침 일찍이 혼자 가서 제일 이른 조조를 보고 오는 편이고 주류 영화보다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사랑이야기, 가족 이야기, 사회적인 이슈가 담긴 이야기 등등 감동적인 휴머니즘적인 드라마나 다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저 사람 냄새나는, 가식적이지 않고 과감하리만치 솔직한 그런 감성이 늘 내 마음을 자극한다. B급 며느리 역시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이다.


고급스러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 촌스러운 것, 평범한 것, 편한 것, 깔깔 댈만한 웃긴 것에 푹 빠지는 성미를 가졌고 그 분야는 그 모든 것이다. 음식,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 옷, 음악, 인테리어, 물건 등등 말이다. B급 감성이 주는 단어 그 자체가 주는 그 느낌과 쌈빡함과 쫄깃함이 나는 그리 좋다.


B급 감성을 선호하는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내가 사랑할 때, 연애할 때, 그이를 내 남자 친구로 받아들일 때인데, 내가 B급 감성의 여자라 그런지 내 남자 역시 B급 감성의 취향을 좋아하는 혹은 어느 정도 타고난 B급 감성이 베이스에 깔린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러니 날 사로잡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B급 감성으로 무장한 두 남녀가 하나가 될 때, 정말 웃겨 죽겠는 것, 유머 코드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것, 고로 말이 엄청 잘 통하는 것. 내가 연애 상대를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다.


유머 코드가 기가 막히게 맞을 것. 자지러지고 쓰러질 정도면 환상.이라고 할 만큼 난 웃긴 사람이 좋다. 정말 진지한 듯하면서도 기가 막힌 말 센스로 B급 감성의 유머를 만들어내는 그이가 확고한 내 이상형이다. 유머 코드가 이렇게 훌륭하게 맞으면 자연스레 말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러니 이 두 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소에도 나는 나와 혼자서도 잘 놀아서 심심하지 않아서 처절하게 외롭거나 우울한 감정이 들지 않는 편이긴 하나,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요즘,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함께 요리를 한다든지, 함께 음악을 듣는다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함께 손잡고 산책한다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야만 또 함께여서 배로 느낄 수 있는 갖은 감정들이 그립다. 사랑할 땐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온 우주가 그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그 황홀한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껴야지.하곤 한다.


요즘 부쩍 유독 장을 보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조금은 다른 감정의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켭켭이 쌓여가면 갈수록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 B급 감성의 소유자, B급 감성의 남자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아주 잘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연은 분명 있다.고 믿는다. 만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어있고 될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된다는 생각이다.


내 삶의 태도와 가치관과 방식이 나름 선명해지고 뚜렷해지면서 더욱이 내가 사랑할, 혹은 결혼할 상대를 보는 취향 역시 동시에 굉장히 선명해지고 뚜렷해졌다는 생각이다. 기준이라는 말 대신, 취향 혹은 선호라는 말이 훨씬 적확하다는 생각이다.


별달리 노력하지도 애쓰지도 않는 것 같은데도 상대방을 웃길 수 있는 것과 상대를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어떨 땐 타고난 그만의 유머감각으로 상대방이 배꼽을 잡고 자지러질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남자라면야 나는 아마 예상하건대 지금 당장이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마만큼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 취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그것이 주는 매력은 크다.


식당도 백화점이나 큰 몰이나, 유명 레스토랑보다는 전통시장의 백반집이라든지, 국밥집이라든지, 가맥집이라든지 무언가 허름하면서도 그 자체로서 역사와 나름의 멋이 있는 그런 곳을 함께 가는 것을 즐기는, 그런 소박한 코드가 잘 맞았으면 한다. 서로가 B급 감성의 남녀라는 것을 알아보는 순간, 그 둘은 바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여름이 가기 전엔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로 상상해본다. 나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될 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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