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나는 진짜 나.라는 존재를, 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이 또한 아직 늦지 않았다. 는 생각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제는 절친 혜연 언니와 신문로 뒷골목에 위치한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아주 정갈한 일본식 집밥으로 점심 한 끼를 먹으면서 연신, 만나면 즐겁고 기분 좋은 친구와 함께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한 끼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너 정말 왜 이러니. 할 정도로 충분히 부정적일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조차도 불안해하거나 우울한 감정이 들지 않으니 말이다.
비정상적일 만큼 삶에 초연해진 내 모습에 나조차도 흠칫 놀라기 일쑤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이 역시 내가 내 삶을 살뜰하게 대하는 삶의 태도 중에 하나다.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하지? 어떨 때 기분이 좋지? 설레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편안하지? 무슨 음악을 좋아하지? 어떤 책을 좋아하지?를 나는 아주 자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언제나 내 기분과 즐거움을 따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젓가락 하나를 고를 때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색을 고르고 디자인을 고른다. 내 취향의 것들로 내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들이다 보면 내 물건에 대한 애정도 생기면서 그런 것들에서 오는 삶의 수수함과 단출함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요즘의 나는, 거의 완전한 취향 저격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 중 하나는 헤어스타일이다. 대학시절엔 신입생이던 시절을 제외하곤 4년 내내 단발머리, 보브컷을 유지했다. 당시엔 앵커 준비를 하던 시절이어서 단정한 보브컷을, 내 취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대학시절을 제외하고서도 줄곧 시원한, 쌈빡한 단발머리를 자주 유지했으며,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줄곧 내 불안했던 우울한 감정들이 일 때면 기분전환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며 머리를 즉흥적으로 자르러 미용실로 가곤 했다.
회사원 시절과는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머리를 줄곧 길었는데, 돌고 돌아 지금은 긴 머리를 유지 중이다. 나는 확실히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설명이 참으로 맞다고 생각되는 게, 외모 역시 다소 독특하고 이국적인 데다 헤어스타일도 인디언풍 혹은 히피풍의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며 곧잘 긴 머리를 야무지게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멋스럽게 땋는다. 무튼 자연스러움이 포인트다. 집에 있는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머리와 함께 땋거나 묶어 헤어 스타일링을 하기도 한다.
요즘 최애 헤어스타일은 반 묶음 머리인데, 원래부터도 긴 머리일 때 머리를 풀어헤치는 것보다는 반 묶음 머리를 했다. 웨이브가 들어간 풍성한 머리를 나름 가지런히 그러면서도 잘만 묶으면 아주 멋스럽게 보인다. 최근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내린 내 해석과 결론은 이렇다. 나는 반 묶음이 가장 잘 어울린다. 반 묶음일 때 내 개성과 얼굴이 산다.
양 옆머리를 모아 반 묶음으로 묶어주고 그 묶음을 살짝 조여주면서 오는 당김의 맛도 한몫한다. 굉장히 영해지는 기분도 들고 발랄해 보이는 것도 있고 캐주얼을 입어도 포멀룩을 입어도 어디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한 번 먹어보고 꽂히면 질릴 때까지 먹어야 하는 등의 성미를 가진 나는, 최근 아주 오랜만에 반 묶음에 꽂혀 줄곧 반 묶음 머리를 하고 다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취향저격이기도 하고 돌고 돌아 이제는 나라는 사람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하는 헤어스타일이라는데 동의했다.
나는 액세서리도 잘 활용하는 편인데, 때로는 키즈용 똑딱핀이나 핀, 머리끈 등으로 그날그날 옷 색상과 깔 맞춰 나만의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한다. 알록달록 비비드한 컬러감의 키즈용 팔지를 여름에 차기도하고 키즈용 목걸이도 흰색 반팔티에도 차기도 한다. 머리든 옷이든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데 있어 내게 나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보기에 예쁘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내 나이다워 보이지 않게 되지 않도록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 몇 년 간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아주며 달래도 보고 마주하며 나를 알아가고 진짜 나를 알아차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내가 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하나하나씩 채워나가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나라는 사람은 본래 긍정적인 사람이며 부정적인 감정들은 진짜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긍정적인 것들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할 수 없다. 는 생각은 늘 나를 삶의 본질이 살아 있는 진짜 삶의 무대로 데려다준다.
헤어스타일 하나가 별거 아닌 게 아닌 것이, 그날그날의 내 헤어스타일과 상태는 그날의 내 기분과 태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헤어스타일 조차도 내 삶의 태도처럼, 과하지 않게, 화려하지 않게, 그저 단출하게 심플하게 깔끔하게 단정하게 수수하게 정갈하게 살뜰하게 자연스럽지만 초라해 보이지는 않게 보살핀다. 그러면서도 아주 멋스럽게, 헤어스타일 그 자체가 곧 나다울 수 있도록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반 묶음 머리. 그런 의미에서 내게 아주 딱이다. 돌고 돌아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 반 묶음 바로 너였구나. 하며 반기고 있는 요즘, 헤어스타일조차 마음에 드니, 더욱이 자신감 뿜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