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대답하곤 한다. "삼겹살과 치즈 케이크에요." 삼겸살과 치즈 케이크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삼겹살 상추 배추 쌈, 그리고 치즈 케이크를 짱.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
어렸을 때부터 이 두가지에 단 한번도 질려 본 적이 없으니. 가장 좋 음아하는 음식이 맞다. 달달하면서 꾸리꾸리한 꾸덕꾸덕한 치즈 케이크가 급 당기는 게 아닌가. 수진언니가 보내준 선물 쿠폰 사용해야겠다.하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만 살짝 만져주고 집을 나섰다. 많은 케이크들 중에 오늘 나의 선택은 뉴욕 치즈.
개인적인 입맛 취향으로는 투썸 케이크가 가장 맛있다. 아차 커피빈의 까망베르 치즈 케이크도 맛있다. 이곳 케이크는 정말이지 어느 것 하나 맛있지 않은 케이크가 없다는 생각이다. 빙수도 참 맛있어서 한 때, 어느해 여름에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밀크티 빙수였던가. 지난해 여름 찾았더니 그 빙수는 이제 안나온다고 해 아쉬웠었다.
무튼 오늘은 욕심 부리지 않고 뉴욕치즈 케이크 딱 한 조각만 테이크 아웃해왔다. 커피는 집에 있는 걸 마시면 되는 일. 뉴욕 치즈 한 스푼, 한 스푼 먹을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잇몸 만개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치즈 케이크는 물론이고 모든 종류의 케이크를 냉동실에 살짝 얼렸다가 혹은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기 10분-15분 정도 내놓은 후 먹는데, 특히나 뉴욕 치즈의 경우, 크림 치즈가 딱딱하게 굳은 것이 꼭 아이스크림을 먹는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취향 저격이다.
베이킹엔 관심 없지만, 치즈 케이크는 직접 만들어 볼, 만들어 먹을 의향이 200%있다. 현재 시각 8시 50분. 이미 한 시간 전에 간단하게 아침도 먹었겠다 디저트로 요 뉴욕 치즈를 먹으려 테이블을 차리고 있다. 예쁜 접시를 고르는 것, 예쁜 접시에 담는 건, 이왕이면이 아니라 필수다. 작은 포크1개, 스테인리스로 된 미니 커피 스푼도 챙겼다.
지브리ost 인생의 회전 목마.를 재생했다. 그날 그날 내 기분에 따라 노래를 재생하는 편인데 오늘은 문득 지브리ost가 듣고 싶어졌다. 치즈 케이크엔 믹스 커피가 아닌, 아메리카노여야 궁합이 맞다. 그래야 치즈 케이크의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가지고 오자마자 냉동실에 15분 정도 넣어두었다 꺼냈더니 아주 알맞게 적당한 상태로 잘 얼려졌다. 오늘의 뉴욕 치즈. 왜 이리 맛있는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별 거 아닌 것에 나는 늘 이렇게 감탄과 리액션이 훌륭하다. 치즈 케이크 한 판을 먹으라면 그 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치즈 케이크 덕후라면 덕후라 하겠다. 그치만 먹을 것을 조절할 줄 아는 나는, 그런 무모한 일을 감행하지 않는다. 뭐든 좀 아쉽게 먹어야, 귀한 줄 알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법. 아무리 치즈 케이크를 좋아한다 한들, 치즈 케이크 한 판보다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이 더 귀하고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것에도 나는 뭐든 넘치지 않으려, 적당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게 낫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난, 치즈 케이크 앞에서 밀당의 고수랄까. 치즈 한 조각이 날 설레게 했고 내 입맛을 완전하게 돋구었다.
아침 일찍 투썸을 다녀오니, 광화문 직장인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출근하는 길에 5호선 광화문역 지하철에서 내려 포시즌 맞은 편에 있는 3층까지 있던 투썸에 곧잘 들리곤 했는데 특히나 추운 한 겨울 7시 40분쯤 이르게 도착하면 카운터에 메뉴를 고르고 있는 그 상태와 분위기,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 등등에 나만의 소소한 낭만을 즐기곤 했다. 그곳 위치와 분위기를 참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다른 커피숍이 되었다.
본점으로 발령난 후엔 유연근무제를 썼고 좀 바지런한 나는 아침 7시를 출근시간으로 선택했었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게 내 성미에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횡한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슁슁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일민미술관 위의 큰 전광판은 휘황찬란하게 네온사인을 뽐냈고 나는 그 위를 올려다보며, 광화문 사거리 네 방향을 파노라마처럼 쭉 한 번 돌아보던 일. 그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뉴욕 치즈 케이크를 먹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건 이미 일상이 돼 버린듯하다. 설 연휴에는 뉴욕 치즈 말고 다른 케이크를 사 먹을 예정인데.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를 살 생각을 하는 것에서부터 사러 가는 길, 케이크 이름을 대며 주문하는 일, 테이크 아웃해오는 일, 포장박스를 살포시 들고 오는 길, 냉동실에 2-30분간 넣어 두었다 꺼내는 일, 예쁜 접시에 담아내는 일, 포크로 첫입을 들어올리는 일, 맛을 음미하는 일... 그 모든 과정이 내겐 기분좋음이며 행복이며 어떨땐 나에 대한 단출한 보상이다.
몇 년 전부터 온전하게 내 취향껏 살고 있는데, 취향을 정확히 안다는 건 장점이 많다. 선택에 있어서도 단순해지고 쉬워지는 것은 물론, 시간적인 면에서도 더욱이 알뜰해진다는 생각이다. 취향을 잘 아는 사람 혹은 취향껏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그렇듯. 분명 본인을 인정하고 수용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믿는 편이다.
뉴욕 치즈 케이크 하나에, 이렇게 기쁠 일인가. 행복해할 일인가. 기분좋아질 일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러하며 내 일상 모든 게 이런 방식으로 다가온다. 한 조각 잘 먹었으니 오늘 오전에 계획했던 일들을 힘내서 해보자긔. 셀프 파이팅!을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