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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Oct 05. 2022

끝은 또 다른 시작

백팩을 다시 메기 시작했다는 건 내가 내 삶을 재정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오늘부터 백팩을 다시 메기로 한다. 백팩에 운동화를 신은 내 모습에 파이팅.을 외치며 집을 나섰다. 날씨도 참 좋겠다. 이 가을 날씨를 단 일초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한강시민공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어폰을 끼고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들을 재생했다. 맑고 청명한 푸르른 뭉게구름이 송알송알 방울방울 하늘이라는 도화지 위에 수놓아져 있는 걸 보니, 왜 이리도 행복한지. 그 기분이란 그저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마저 드는 그런 겸손한 마음이랄까.


무튼 행복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해하며, 나는 늘 그랬듯 다소 조금 빠르게 힘찬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뎌 목적지인 여의도역을 향해 걸어 갔다. 그제부터인가. 던킨의 카카오 도넛과 카푸치노 츄이스타가 너무 먹고 싶어 야단이 났었는데 시청역 말고는 도무지 집 근처에는 없어 내일은 꼭 먹어야지.하고선 드디어 오늘 먹고야 말았다.


여의도에도 하나 있긴 한데, 기분전환 겸 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좀 할 겸 일부러 여의도에서 김포공항행 급행을 타고 김포공항역사점까지 왔다. 아주 한산했고 앉을자리가 있었던 것은 물론 잠시나마 취향저격의 도넛들을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먹을 수 있겠다 싶으니 결론은 오길 잘했다.


도착하자마자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도넛 2개에 하나 더 추가해 총 3개를 그 자리에서 쉬지도 않고 해치우는 저력을 발휘했다. 애타게 원하다 참다 며칠을 지나 이렇게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역시 뭐든 애가 타봐야 그 소중함이 커지는 건가... 칼로리 따위는 걱정하지 않았으며 아주 맛있었고 만족했고 기분이 째졌으면 그걸로 되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미국에 사는 고모를 인천공항으로 마중 나간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되었고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니... 시간의 흐름이 올해 난히도 더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무튼 지하철에서 내려 맞은편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를 보고 있자니 문득 미국으로 돌아간 고모는 지금쯤 가족들과 무사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고모 생각이 났다.


이제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뒤돌아보며 후회하는 감정들로 날 자책하지도 원망하지도 스스로를 무너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도 않으며 지금의 나는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다. 사물이나 현상은 물론 내 감정과 마음 역시 내 주위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초연해졌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감정이든지 기분이든지 마음이든지 흐르는 강물처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데에 큰 효과가 있다.


내일은 아주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려고 한다. 조금 전엔 미리 차표도 예매해두었고 언니네 가족이 있는 곳으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여행은 늘 그런 것. 고속버스가 주는 그 특유의 정서와 그 공간과 좌석이 주는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아주 간만인 것 같아서. 2시간 40분 정도 넉넉히 3시간이 걸릴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하며 나와 놀지. 생각 중이다.


아마도 난 책을 읽을 테지... 오늘부터 백팩을 다시 메기 시작했고 내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올 예정인데,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그래, 훌훌 털어버렸고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시 힘을 내어 달려보자! 아직 너무 젊어! 할게, 배울 게,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잖아! 나답게 용기 내 이 세상과 다시 한번 부벼보자." 그러면서 백팩의 양 어깨끈을 야무지게 바짝 조였다.


감사일기를 쓰며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나일 때, 결과가 항상 좋았고 마치 내 스스로가 마법을 부린 듯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결국엔 이루어졌던 경험이 나는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안 좋은 일이 있게 마련이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오게 되어있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사랑한다. 내 삶의 힘이기도 하다.


볼 일을 다 마치고 어두컴컴한 저녁 어스름 즈음에 집에 도착할 예정인데 일주일 정도 비워질 집을 우선 깨끗하게 깔끔하게 정리할 것. 그러고선 여행 가방을 상냥하게 싸 볼 참이다. 아, 내가 마음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질 때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입지 않는 옷들과 신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이다. 그것도 빼먹지 말아야겠다. 비운만큼 채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나의 새로운 시작이.

과연 어떤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까. 또 어떤 멋진 세상과 나는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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