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물이 나는 그런 날

by miu

나는 눈물을 쏟아내는 걸 곧잘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눈물을 쥐어짜는 것은 아니고 눈물이 날 때, 울고 싶은 그런 날, 그냥 펑펑 울어버린다. 울게 내버려둔다. 눈물을 쏟아낸다. 그러고나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개운하고 내 마음과 기분이 맑아지는지. 오늘 저녁,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조금은 오랜 만인 듯하다.


저녁도 맛있게 먹었겠다. 음악도 재생했겠다, 서둘러 소파에 반쯤 기대어 누워 무릎엔 노트북을 켜고 할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였다. 요즘 최애곡인 성시경의 "우리 한 때 사랑했던 건"을 듣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별 노래이거늘 어제 오늘 겪은 안좋은 일들과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아마도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의 감성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눈물을 개어내니 한 결 기분이 낫다. 기분을 개어내니 이제서야 이별 노래임을 더욱 실감하며 열렬히 사랑했던 지나간 나의 옛 사랑들이 떠오르는 건 또 무엇인지. 사랑하고 있지 않은 때가 없었는데 사랑하고 있지 않는 요즘, 어제 오늘과 같은 마음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내 사랑이 옆에 있었다면 위로가 되어주었겠지.등등 별의별 생각이 드는 밤이다. 무튼 어여 사랑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까지.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었음에도 나는 생각보다 차분하다. 고요하다. 굳이 좋지 않은 기억을 곱씹고 싶진 않고 이런 상황 앞에서조차 외려 앞으로의 내가 걱정되지 않는 스스로가 그저. 대견하고 신기할 뿐이다. 나이를 먹어서인건가. 확실한 건 나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고. "아니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도대체 어떤 신나는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로 이어지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인생 뭐 별거냐.라는, 까짓 거 죽기 밖에 더 하겠어?라는 평소 내 마음가짐도 이런 내 태도에 한 몫한다. "우리는 사소한 일들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월든 속 이 말 또한 늘 마음에 새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며, 이전보다 나은 나, 어제보다는 나은 나, 성장한 나.라고 이제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했었는데, 최근 몇 달간 스스로를 괴롭혔던 나를 돌아보는 일, 효과가 있었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나는 이렇게 또 다시 인생을 깨달았고 배우고 느꼈고 온몸으로 두들겨 맞았다.


확실한 것도 있었다. 역시 내게 맞는 옷을 입어야 나답다는 것을. 지난 몇 달 간 나답지 않았음을 시인하며 자인하며 인정하며 자유로웠던 오늘 종일, 내안의 나를 다시 만났고 대화했고 잠시나마 내안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진짜 간만에 숨다운 숨을 쉬었다.


구상중이다. 앞으로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어떤 길로 이끌어 나갈지. 인생은 늘 그렇듯. 날 당황시키고 놀래키며 울리기도 활짝 웃게 만들기도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인생을 이제는 즐기게 되었다는 설명이 맞겠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제목처럼, 슬픔이여 안녕! 이라는 말처럼. 이때의 안녕은 bye가 아닌 Bonjour! 라는게 핵심이다. 슬픔을 환영하고 맞이하는. 나 역시도 내 삶에 슬픔과 고통이 필연이라면 온 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제 오늘 겪은 일들은 정말 내 인생에 진짜 별거 아닌 그런 류다. 오늘 흘린 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나는 애써 답을 찾지 않는다. 그저 눈물이 났고 내 기분이 나아졌고 치유됐고 개운해졌고 청량해졌고 맑아졌으면 그거면 된거다. 수많은, 갖은 인생의 경험을 통해, 사실 나는 이 눈물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내일이면 나는 늘 그랬듯,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한 초아로.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의 나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한 가지 더. 우리 인생사에서 나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 나 자신 뿐이라는 거. 내 스스로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까. 모든 사람들한테 맞추거나 사랑받거나 잘보이고 싶은 마음은 내게 여전히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지금처럼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일 것이며 나 또한 그들에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기꺼이 나의 두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그저 그런 류의 달콤한 사람이 되려 늘 노력하는 내가 있을 것이다.


내 의식이 늘 깨어있으려 노력하는데 깨어있어야 어딘가에 무언가에 쉽게 홀리지 않고 빠지지 않는다. 헌데 이런 일을 겪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의식의 흐트러짐의 결과였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되었고 자책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안아준다.


다시 한 번 인생에 사람에 대해 깨우쳐 준 나의 이 상황에 감사함을 느낀다. "얼마든지 들어와보렴, 난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거든, 늘 그랬고 결국엔 견디고 이겨냈어!"


"울고 싶으면 울어. 괜찮아." 알맞게, 적당히 울 줄 아는 사람에 나는 애정을 느끼며 그들도 나와 같이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아는 사람일거라 나는 감히 확신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덤덤하게